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온 직장인 김모씨는 손 소독제로 손을 닦은 뒤 다시 키보드 앞에 앉는다. 그러나 정작 매일 손이 닿는 키보드 자체는 좀처럼 닦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위생 관련 조사에서 사무실 키보드 표면의 세균 수가 화장실 변기보다 많게 검출된 사례가 보고돼 온 만큼, 손 위생 못지않게 키보드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보드는 하루 수백 번에서 수천 번씩 손가락이 닿는 물건이지만 세척 주기는 책상이나 모니터보다도 뒤로 밀리기 쉽다. 자판과 자판 사이 좁은 틈에는 음식 부스러기, 먼지, 피부 각질이 쌓이기 쉽고, 손에서 나오는 유분과 온기가 더해지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점심시간에 자리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커피, 음료를 마시며 작업하는 습관이 있다면 키보드 오염은 더 빨라질 수 있다. 흘린 음료나 부스러기가 자판 틈으로 들어가면 물티슈로 겉만 닦아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층이 두꺼워진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세균이 단순히 위생상 찜찜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으로 키보드를 만진 뒤 무의식적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기 등 호흡기 바이러스나 장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있다. 특히 동료와 자리를 공유하거나 회의실 공용 키보드를 함께 쓰는 환경이라면 여러 사람을 거치며 오염이 누적될 가능성도 커진다.

키보드 틈새에 쌓인 먼지와 세균 [그림=메디닉스DB]
이런 이유로 사무실 위생을 다룰 때 손 씻기만큼이나 자주 만지는 사무용품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책상 위에서 가장 오래, 가장 자주 손이 머무는 물건이 바로 키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평소 손 씻기와 더불어 자주 만지는 물건의 표면 소독을 감염병 예방의 기본 수칙으로 안내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문손잡이처럼 손이 자주 닿는 물건과 마찬가지로 키보드도 정기적인 소독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키보드를 청소할 때는 먼저 전원을 끄거나 컴퓨터에서 분리한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키보드를 뒤집어 가볍게 두드리면 자판 틈에 낀 부스러기와 먼지를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고, 압축 공기 스프레이를 이용하면 손이 닿기 어려운 틈새까지 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면 소독에는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적신 물티슈나 소독용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물이나 세정액을 키보드에 직접 분사하면 내부로 스며들어 고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티슈에 묻혀 닦아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자판 사이사이는 면봉이나 작은 솔을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게 닦을 수 있다.

알코올 티슈로 키보드 표면을 소독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키보드뿐 아니라 마우스, 책상 표면, 전화기 수화기 등 손이 자주 닿는 사무용품도 함께 관리 대상에 넣는 것이 좋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사용하는 콜센터나 도서관, 스터디카페의 공용 컴퓨터는 개인 자리보다 오염 속도가 빠를 수 있어 이용 전후 간단한 소독 티슈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청소 주기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표면은 매일 가볍게 닦아주고, 자판을 분리하거나 깊숙한 먼지까지 제거하는 청소는 주 1회 정도 진행하는 것이 무난하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경우 노트북 키보드도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키보드를 만진 뒤에는 손을 씻거나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습관을 함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잦은 감기 증상이나 눈 충혈, 피부 트러블이 반복된다면 주변 사무용품 위생 상태를 점검해보고, 증상이 오래가거나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