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며칠은 잘 참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갑자기 폭식 충동에 휩싸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근이나 갈등 등으로 감정이 흔들리면 자신도 모르게 고칼로리 음식을 몰아 먹고 후회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이런 스트레스성 폭식을 단순한 의지박약으로 치부하기보다 행동을 대체하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자극을 찾게 되는데,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짧은 시간 안에 기분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때 식욕을 억지로 참으려 하면 오히려 반작용으로 더 큰 폭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감정과 식욕이 뒤엉킨 상태에서는 의지력만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 등 관련 학회는 스트레스성 식욕이 진짜 배고픔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설명한다. 진짜 배고픔은 서서히 찾아오고 어떤 음식이든 받아들이지만, 스트레스성 식욕은 갑작스럽고 특정 자극적인 음식만을 강하게 원하는 특징이 있다. 이 차이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동적인 폭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핵심 전략은 식욕을 억누르는 대신 다른 행동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폭식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 5분에서 10분 정도만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충동의 강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동이 올라올 때는 짧은 산책이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심호흡도 즉각 실천할 수 있는 대체 행동 중 하나다.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는 호흡을 몇 차례 반복하면 자율신경계가 안정되면서 충동적인 식욕이 누그러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냉수를 한 잔 마시거나 따뜻한 차를 천천히 마시는 것도 손과 입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게 해 폭식 욕구를 잠시 늦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손을 바쁘게 만드는 활동도 도움이 된다. 설거지, 청소, 뜨개질처럼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집안일을 하다 보면 폭식으로 향하던 관심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감정을 환기시켜 충동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인 대체 행동으로 꼽힌다.
폭식 충동이 반복되는 시간대나 상황을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한 관리 방법이다. 야근 후, 갈등 직후, 혼자 있는 저녁 시간 등 특정 패턴이 발견되면 그 시간에 미리 산책 계획을 잡거나 다른 일정을 채워 넣어 충동이 올라올 틈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폭식 유발 요인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예방의 절반이라는 말도 있다.
식사 자체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다이어트 방식도 스트레스성 폭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이나 특정 음식군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식은 오히려 억눌린 식욕을 키워 한 번에 폭발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챙기면서 간식도 적당히 허용하는 유연한 식단이 장기적으로 폭식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견해가 많다.

규칙적인 식사가 폭식 위험을 줄여 [그림=메디닉스DB]
수면 부족 역시 스트레스성 폭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균형이 흐트러져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더 강하게 원하게 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고 충동적인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대체 행동을 시도해도 폭식이 주 여러 차례 반복되거나 폭식 후 구토, 과도한 운동 등 보상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자기 관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나 관련 전문 클리닉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상에서는 스트레스 신호를 느끼는 즉시 산책, 심호흡, 손을 바쁘게 하는 활동 중 하나를 먼저 시도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폭식을 한 번 했다고 자책하기보다 그 상황을 기록해 다음 대처를 준비하는 태도가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정신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