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를 움직이는 신경은 동안신경, 활차신경, 외전신경 단 세 갈래뿐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못 하면 두 눈이 향하는 방향이 어긋나면서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증상, 즉 복시가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 세 신경이 눈 안이 아니라 뇌간과 혈관 주변을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복시는 눈 자체의 이상보다 이미 앓고 있던 혈압, 혈당, 심장 리듬 문제가 신경까지 번진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복시가 시작됐다면 진료 전이라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세 가지 있습니다. 어느 눈으로 봤을 때 사라지는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다른 신경 증상이 함께 있는지입니다.
- 한쪽 눈을 손바닥으로 완전히 가리고 사물을 봅니다. 겹침이 사라지면 단안 복시, 두 눈을 다 뜬 상태에서만 겹쳐 보이다가 한쪽을 가리면 정상으로 돌아오면 양안 복시입니다.
- 증상이 시작된 시각을 되도록 정확히 기억해 둡니다. 신경이나 혈관 문제로 인한 복시는 대개 수 분에서 수 시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며, 이 시간 간격은 이후 원인을 좁히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 말이 어눌해지는지, 팔다리 중 한쪽에 힘이 빠지는지, 심한 어지럼이나 두통이 함께 있는지를 살핍니다.
특히 복시와 함께 팔다리 힘 빠짐이나 어눌한 말투가 동반된다면 눈보다 뇌 혈관 문제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눈이 아니라 혈관과 신경이 보내는 신호
양안 복시의 상당수는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 손상에서 비롯됩니다. 오랜 기간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눈을 움직이는 신경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아주 가는 혈관부터 막히기 시작하는데, 이 미세혈관 손상은 눈뿐 아니라 신장과 망막, 심장 혈관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혈압과 동맥경화가 오래된 경우에는 뇌간 자체의 혈류 장애로 복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간에는 안구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핵이 모여 있어서, 이 부위로 가는 혈류가 잠깐이라도 줄어들면 복시와 함께 어지럼, 구음장애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원인입니다. 심방세동처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심장 안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을 수 있고, 이 혈전이 뇌간 쪽 혈관을 막으면 복시가 첫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심방세동 환자들은 모두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시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군으로, 연구팀은 이 환자군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심방세동 증상의 연관성을 조사했다.[1]
이처럼 복시는 혈당, 혈압, 심장 리듬이라는 세 가지 만성질환 축과 직접 맞닿아 있는 증상입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은 하나지만, 그 뒤에 있는 원인은 전신 혈관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쪽 눈을 가렸을 때 사라지는지가 가르는 기준
복시라고 해서 전부 뇌혈관이나 심장 문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단안 복시는 대부분 각막의 미세한 굴곡이나 백내장 초기, 심한 안구건조처럼 눈 자체의 광학적 문제에서 비롯되며, 안경 도수 조정이나 인공눈물만으로도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양안 복시는 두 눈의 정렬 자체가 어긋난 상태이므로 신경이나 근육, 혈관 중 어느 하나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안구 근육이 붓는 갑상선눈병증이나, 근육과 신경 사이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중증근무력증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런 경우 오후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인별 대처,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특징 | 우선 확인 사항 |
|---|
| 단안 복시 | 한쪽 눈 가리면 사라짐, 통증 적음 | 안과 진료로 원인 확인 |
| 당뇨병성 신경마비 | 통증 없이 갑자기 시작, 수주 내 자연 호전 흔함 | 혈당·혈압 수치 재점검 |
| 뇌혈관성 복시 | 어지럼·구음장애·편측 마비 동반 | 즉시 응급 평가 |
| 부정맥 관련 복시 | 불규칙한 맥박, 가슴 두근거림 동반 가능 | 심장 리듬 확인 |
한쪽 눈을 가렸을 때 겹침이 사라진다면 급하게 응급실을 찾기보다 안과 진료 일정을 잡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반대로 가려도 겹침이 그대로이고 다른 신경 증상이 겹친다면 그 시점부터는 신경과나 응급 평가가 우선입니다. 당뇨나 고혈압을 오래 앓아온 사람이라면 통증 없이 갑자기 시작된 복시라도 혈당과 혈압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신호가 겹치면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복시 자체보다 동반되는 증상의 조합이 위험도를 결정합니다. 아래 증상이 복시와 함께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않고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새는 느낌이 듭니다
-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릿한 느낌이 있습니다
- 복시와 함께 어지럼이 심해지고 걷는 방향이 흔들립니다
- 시야 한쪽이 갑자기 흐려지거나 사라집니다
- 평소와 다른 극심한 두통이나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조합은 뇌 뒤쪽 혈류를 담당하는 기저동맥 문제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부정맥을 함께 앓고 있다면 증상 인지가 늦어질수록 회복 가능한 뇌 조직의 범위가 줄어듭니다.
기저동맥 뇌졸중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80~90%에 달한다. 증상은 갑작스러운 어지럼, 말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 양측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사지마비, 시야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의식 저하 등으로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단순 어지럼이나 음주 상태로 오해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2]
복시 앞에서 헷갈리는 것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