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앓은 뒤 항생제를 먹었는데, 그 세균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반려동물의 장이나 피부에 사는 세균 중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균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사람과 동물 사이의 전파 경로를 파악하려는 원헬스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진료 현장에서도 항생제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내성균이 발생할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만성 피부질환이나 요로감염으로 오래 치료받은 동물에서 내성균이 검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찰이 축적되고 있다.
원헬스는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보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항생제 내성균처럼 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를 다루는 데 적합한 틀로 꼽힌다. 국내외 보건당국도 이 관점에서 감시체계를 넓혀가는 추세다.
대한수의학회 등 관련 학계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접촉이 잦은 만큼, 배설물이나 침, 상처 부위 접촉을 통해 세균이 오갈 가능성을 주요 경로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전파 빈도나 사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균주 비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연구자들은 병원을 찾은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에게서 채취한 균주의 유전형을 비교해 동일한 내성 유전자가 겹치는지를 살피는 방식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비교 연구는 특정 가정이나 지역 단위에서 균이 얼마나 유사한 경로로 퍼지는지 가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시 대상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축산 환경까지 포함해 균주 정보를 함께 살펴보는 통합 감시체계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사람 병원에서만 내성균을 관리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물병원에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처방 없이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 내성균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사가 처방한 용법과 기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내성균 발생을 줄이는 기본 원칙으로 꼽힌다.

접촉 후 손씻기가 전파 위험을 낮춘다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안거나 배설물을 치운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 세균이 사람에게 옮겨갈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자, 기저질환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반려동물과의 접촉 후 위생관리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반려동물에서 유래한 내성균이 사람에게 옮겨간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동물병원과 사람 병원의 균주 정보를 함께 들여다보는 감시체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유사한 조사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감염 증상을 보이면 임의로 사람용 항생제를 먹이지 말고 수의사 진료를 받아야 하며, 처방받은 항생제는 정해진 기간과 용량을 지켜 끝까지 복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공간을 자주 청소하고 식기와 잠자리를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습관도 내성균 전파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