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에 나섰던 등산객이 정상 부근에서 갑작스러운 찬바람에 몸을 떨며 하산을 서두르는 모습은 이 계절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땀에 젖은 옷차림으로 정상에 올랐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체온증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을 산행에서는 여러 겹을 겹쳐 입는 옷차림과 체력을 고르게 나누는 습관이 안전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가을철 산은 하루 중 기온 변화가 크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감온도도 뚜렷하게 떨어진다. 산행 초입에서는 따뜻하게 느껴지던 날씨가 능선이나 정상부에 다다르면 바람이 강해지면서 체온을 빠르게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땀으로 젖은 상의가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면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 전문가들은 가을 산행 복장의 기본 원칙으로 세 겹 레이어링을 꼽는다. 피부와 맞닿는 첫 번째 층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성 소재를 선택하고, 두 번째 층은 체온을 잡아두는 보온성 옷을, 세 번째 층은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방풍·방수 재킷을 겹쳐 입는 방식이다. 이렇게 입으면 기온과 활동량 변화에 맞춰 옷을 벗거나 더하며 체온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면 소재 옷은 땀을 흡수한 뒤 잘 마르지 않아 피부에 젖은 상태로 오래 남기 때문에 가을 산행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앗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대신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성 속옷과 겉옷을 선택하고, 휴식 시에는 여벌 옷으로 갈아입어 몸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저체온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휴식 중 여벌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가을 산행에서는 자외선 노출도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낮아졌다고 자외선 강도가 함께 약해지는 것은 아니며, 능선이나 정상부처럼 시야가 트인 곳에서는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붉게 달아오르고 따가운 화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긴소매 옷과 모자, 선글라스를 챙기는 것이 좋다.
체력 배분 역시 가을 산행 안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초반에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면 땀을 과도하게 흘리고 체력이 빨리 소진돼, 하산할 때 몸이 식으면서 저체온증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짧게 휴식을 취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분과 간식 섭취도 체력과 체온 유지에 영향을 준다. 산행 중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고, 열량이 높은 간식을 챙겨 중간중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체내 수분과 에너지가 부족하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추위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정상 도착 후 보온 겉옷을 입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정상에 도착해 땀이 식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보온 겉옷을 꺼내 입는 것이 중요하다. 전망을 즐기며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사진 촬영 등 필요한 시간만 보내고 서둘러 보온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산을 시작할 때도 체온이 떨어진 상태라면 속도를 천천히 조절해 몸이 다시 더워지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몸이 떨리고 손발이 저리거나 어지럼증,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저체온증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즉시 이동해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담요나 여벌 옷으로 몸을 감싸 체온을 보호해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천천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을 산행을 떠나기 전에는 산행 지역의 기온과 바람 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배낭에 여벌 옷과 방풍 재킷, 모자,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저체온증 증상이 의심되는데도 몸이 떨림이 멈추지 않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등 증상이 심해지면 자가 조치에 그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