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기름기가 오른 방어나 전어를 회로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생선회를 먹은 뒤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 명치나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증상을 흔한 식중독으로 넘기기 쉽지만, 세균이 아니라 기생충인 아니사키스가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아니사키스는 고래나 돌고래 같은 해양 동물의 위장에서 성체로 자라는 선충으로, 알이 바다로 나와 중간 숙주인 바닷물고기의 내장과 근육에 유충 형태로 기생한다. 고등어, 방어, 전어, 오징어, 조기 등 우리가 즐겨 먹는 횟감 생선 대부분이 이 유충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은 방어와 전어가 기름지고 맛이 들어 횟감 소비가 한 해 중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기다. 자연산 생선을 날로 먹는 횟집 방문이나 가정에서 직접 손질한 회를 먹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아니사키스 유충에 노출될 기회도 함께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아니사키스에 감염되면 생선을 먹은 뒤 1시간에서 12시간 사이 명치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나고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를 하는 급성 위아니사키스증이 흔히 나타난다. 유충이 장으로 넘어가면 며칠이 지난 뒤 아랫배 통증과 설사, 복부 팽만감 같은 장아니사키스증 증상이 뒤늦게 생길 수도 있다.

위아니사키스증은 내시경으로 확인해 치료 /사진=AI 생성 이미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같은 음식을 먹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아니사키스 식중독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회를 먹었어도 유충이 들어간 조각을 먹은 한두 사람에게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선해 보이는 회를 먹었는데도 복통이 생기면 식중독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쉬운 이유다.
병원에서는 급성 위아니사키스증이 의심되면 내시경을 통해 위벽에 박힌 유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단과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장으로 넘어간 경우에는 초음파나 복부 CT로 장벽이 부어 있는지 살피고, 혈액검사에서 호산구 수치가 올라가 있는지를 참고 지표로 삼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니사키스 유충을 없애려면 생선을 영하 20도 이하에서 하루 이상 얼렸다가 먹거나, 8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 먹을 것을 권고한다. 반면 냉장 보관이나 식초, 소금, 고추냉이 같은 양념으로는 유충이 잘 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하 20도 냉동하면 유충이 죽는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문제는 신선도와 안전성이 별개라는 점이다. 갓 잡아 싱싱한 자연산 생선일수록 유충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더 크고, 특히 내장에 가까운 뱃살이나 내장 자체를 먹었을 때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양식 어종은 자연산보다 상대적으로 감염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선 손질 단계에서도 예방이 가능하다. 생선을 잡은 뒤 내장을 빨리 제거하고 저온에서 유통·보관할수록 유충이 근육 쪽으로 이동할 시간이 줄어들어 위험이 낮아진다. 횟감을 고를 때는 내장을 미리 제거하고 저온 유통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선회를 먹은 뒤 명치나 아랫배에 참기 힘든 통증이 생기고 구토가 동반된다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가까운 내과나 응급실을 찾아 최근 생선회를 먹었다는 사실을 꼭 알리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회를 직접 떠 먹을 때는 하루 이상 냉동했다가 썰거나 가열 조리한 생선을 함께 활용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