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앞이 핑 돌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면 대부분 약국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해 무작정 약을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약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증상이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귀 속 평형기관 이상, 뇌혈류 문제, 혈압 변화, 스트레스와 피로 등 원인이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같은 귀 질환과 기립성저혈압, 빈혈,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이 꼽힌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약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증상만 보고 같은 약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지럼증 관련 약은 대부분 멀미약이나 항히스타민 성분의 일반의약품이다. 이런 약은 전정기관의 과도한 신호를 일시적으로 줄여 어지럼과 메스꺼움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일반의약품만으로 버티기보다 진료를 받아보는 편이 낫다.
병원에서는 진단에 따라 전정억제제, 항어지럼제, 혈류개선제 등을 처방한다. 이석증으로 진단되면 약물보다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이석치환술이 우선 시행되는 경우가 많고, 메니에르병은 이뇨제나 식이조절이 함께 권고되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어지럼증이라도 처방 내용이 달라,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알리고 검사를 받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원인에 따라 처방받는 약이 달라진다 [그림=메디닉스DB]
특히 주의할 점은 항히스타민 계열 어지럼증 약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앞두고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어 복용 시점을 신중히 정해야 한다. 또 고령자나 다른 약을 함께 복용 중인 경우 약물 상호작용으로 어지럼증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임의로 여러 약을 함께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면 단순 어지럼증이 아니라 응급질환일 가능성이 있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심한 두통과 함께 어지럼이 시작된 경우, 시야가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다. 이런 신호는 뇌졸중 같은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할 수 있어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자세를 바꿀 때 천장이 빙빙 도는 느낌이 짧게 반복된다면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석증은 귀 안의 작은 결정체가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특정 자세에서만 순간적으로 심한 어지럼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개를 돌리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세 바꿀 때 심해지면 이석증 의심 [그림=메디닉스DB]
아침에 일어나거나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설 때 핑 도는 느낌은 기립성저혈압이나 빈혈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약보다 수분과 염분을 적절히 섭취하고 천천히 자세를 바꾸는 습관이 먼저 필요하다. 빈혈이 원인이라면 철분제 등 원인 질환에 맞는 치료가 우선돼야 하며, 어지럼증 약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스트레스와 피로, 수면 부족도 어지럼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흔한 요인이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생활 리듬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음주는 어지럼증을 부추길 수 있어 줄이는 것이 좋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시간을 지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이 가볍게 한두 번 지나가는 정도라면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만으로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반복되거나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면 이비인후과나 신경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임의로 약국 약을 계속 복용하기보다 검사를 통해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어지럼증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