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난 뒤 휴지에 피가 묻거나 항문 주위가 화끈거리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면 치핵을 의심해 약국에서 파는 치핵 약을 찾는 경우가 많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흔한 질환으로 시중 연고나 좌약으로 초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가면 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핵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변비로 인해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 임신과 출산으로 골반 내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 잦은 음주와 자극적인 매운 음식 섭취 등이 항문 주변 혈관에 부담을 주면서 혈관이 늘어나고 튀어나오게 만든다.
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과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통증보다 출혈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외치핵은 항문 주위가 붓고 만져지는 덩어리와 함께 통증, 가려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증상 양상에 따라 필요한 약의 종류도 달라질 수 있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치핵 약은 크게 연고, 좌약, 먹는 약으로 나뉜다. 연고와 좌약에는 통증을 줄이는 국소마취 성분,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성분, 일부 제품에는 스테로이드 계열 성분이 들어 있어 붓기와 가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먹는 약 중에는 혈관벽을 강화해 혈액순환을 돕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있다.

연고와 좌약에는 소염 마취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그림=메디닉스DB]
연고나 좌약을 사용할 때는 배변 후 항문 주위를 미온수로 씻거나 좌욕을 한 뒤 깨끗한 상태에서 바르는 것이 흡수와 효과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사용 기간을 임의로 늘리지 않는 것이 좋다.
증상이 가볍고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라면 시중 치핵 약과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다만 며칠간 약을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다른 원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출혈이 며칠 이상 계속되거나 양이 늘어나는 경우, 항문 주위에서 덩어리가 계속 만져지거나 밀어 넣어도 다시 나오는 경우,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약으로 자가치료를 이어가기보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그림=메디닉스DB]
대한대장항문학회 등 관련 학회는 배변 시 출혈을 단순히 치핵으로 단정하지 말고 대장 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출혈과 함께 체중이 줄거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에는 정밀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문에 사용하는 연고나 좌약을 구매할 때 성분과 사용 기간을 제품 설명서에 따라 지키고, 임신 중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이라면 약사와 상담한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치핵을 예방하고 재발을 줄이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곡물을 챙겨 먹고 물을 충분히 마셔 변을 무르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힘을 오래 주는 습관을 줄이고, 평소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일한다면 중간중간 일어나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약을 써도 나아지지 않으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