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반려묘 눈에서 누런 눈곱이 계속 나오고 재채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증상은 흔히 고양이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클라미디아균에 의한 감염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양이 호흡기 감염은 여러 병원체가 원인이 될 수 있는데, 그중 헤르페스바이러스와 칼리시바이러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클라미디아 펠리스라는 세균성 병원체도 국내외 동물병원 임상 현장에서 자주 확인되는 원인균으로, 특히 어린 고양이나 다묘 가정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클라미디아 펠리스는 세포 내에서만 증식하는 특성을 가진 세균으로, 과거에는 클라미도필라 펠리스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균은 주로 고양이의 결막 세포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며, 눈 주변 조직에서 오래 머무르는 특성 때문에 만성적인 결막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감염 초기에는 한쪽 눈에서만 눈곱과 눈물이 늘어나다가 점차 반대편 눈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결막이 붉게 부어오르고 눈을 자주 비비거나 깜빡이는 행동을 보이며, 재채기와 맑은 콧물 같은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결막이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 대표적 증상 [그림=메디닉스DB]
클라미디아는 감염된 고양이의 눈물이나 분비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다른 고양이에게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는 다묘 가정이나 유기묘 보호소, 캐터리처럼 밀집된 환경에서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 고양이일수록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은 각막에 궤양을 일으키고 전신 컨디션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칼리시바이러스는 입안 궤양이나 다리를 저는 증상을 함께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클라미디아 감염은 전신 증상 없이 결막염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눈곱과 재채기가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자가 판단보다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의사는 결막 분비물이나 눈물을 채취해 유전자 증폭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클라미디아를 비롯한 여러 병원체 감염 여부를 구분해 내며, 이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클라미디아 감염으로 진단되면 독시사이클린 계열 항생제를 일정 기간 복용시키는 치료가 흔히 적용되며, 눈에는 항생 성분이 포함된 점안액이나 안연고를 병행하기도 한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처방받은 치료 기간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재발을 막는 데 중요하다.

처방받은 치료는 기간을 지켜 끝까지 진행 [그림=메디닉스DB]
클라미디아 펠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눈병 증상이 생겼을 때 반려묘와의 접촉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려묘를 쓰다듬거나 눈가를 닦아준 뒤 손을 씻는 습관은 여러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공통적으로 도움이 된다.
다묘 가정에서는 새로 들인 고양이를 일정 기간 격리해 건강 상태를 관찰한 뒤 기존 고양이와 합사하는 것이 감염 확산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식기와 화장실, 침구류를 자주 소독하고 개체별로 나눠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호자는 반려묘의 눈곱 색깔과 양, 재채기 빈도, 식욕 변화를 평소에 관찰해 두는 것이 좋다. 눈곱이 며칠 이상 계속되거나 눈이 잘 떠지지 않을 정도로 붓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