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산책하던 반려견이 갑자기 흙바닥에 코를 박고 뭔가를 씹어 먹는 모습을 본 보호자라면 한 번쯤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습성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흙 속에 개회충 알이 섞여 있을 경우 반려견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옮을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회충은 톡소카라 카니스라는 기생충으로 감염된 개의 배설물을 통해 알 형태로 흙 속에 배출된다. 이 알은 자외선이나 건조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공원이나 놀이터, 마당 흙 속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
강아지가 흙을 파먹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네랄이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단순한 호기심이나 스트레스 해소 행동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흙 속에 감염된 다른 개의 배설물 흔적이 섞여 있을 때 개회충 알을 함께 삼킬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사람은 오염된 흙을 직접 만진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손을 씻지 않은 채 입 주변을 만지는 과정에서 알을 삼켜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모래놀이터나 흙바닥에서 자주 노는 어린아이들이 손을 자주 씻지 않는 습관 탓에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흙과 모래 접촉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그림=메디닉스DB]
사람 몸속에 들어온 개회충 유충은 장에서 부화한 뒤 혈관을 타고 간, 폐, 근육 등 여러 장기로 이동하는 내장유충이행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발열, 기침, 복통, 간이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감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유충이 눈으로 이동하면 안구유충이행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시력 저하나 사시, 심하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에서는 망막모세포종 같은 안구 종양과 증상이 비슷해 감별 진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흙바닥이나 모래에서 자주 노는 어린이, 반려견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보호자,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고령층 등이 상대적으로 노출 위험이 큰 것으로 꼽힌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개회충 감염은 특이적인 증상이 적어 진단이 까다로운 편이다. 혈액검사에서 호산구 수치가 높게 나타나거나 혈청 항체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에서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원인 모를 증상 지속되면 검사로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반려견의 개회충 감염을 막으려면 동물병원에서 권장하는 주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어린 강아지는 감염 위험이 높은 만큼 수의사와 상담해 구충 일정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산책 중 반려견이 흙이나 다른 동물의 배설물을 먹지 못하도록 리드줄로 통제하고 배변은 발견 즉시 위생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마당이나 자주 산책하는 공간의 흙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 역시 반려견을 만지거나 흙, 모래를 접촉한 뒤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린 자녀가 모래놀이터에서 논 뒤에는 손 씻기를 챙기고 발열이나 복통 등 원인 모를 증상이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