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료를 먹다가 갑자기 고개를 흔들거나 밥그릇 앞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식성 변화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여기에 입에서 평소와 다른 심한 냄새가 난다면 치주질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고양이는 통증을 잘 숨기는 동물이라 보호자가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치주질환은 치아와 치아를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치석과 플라크 속 세균이 잇몸을 자극하면서 시작된다. 초기에는 잇몸이 붉게 부어오르는 정도에 그치지만 방치하면 치아를 지지하는 뼈까지 손상돼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질 수 있다. 관련 수의학계는 치주질환이 고양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구강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식사 중 고개를 흔드는 행동은 음식을 씹을 때 아픈 부위가 자극받아 나타나는 반응으로 알려져 있다. 딱딱한 사료를 씹는 과정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고양이는 고개를 틀거나 한쪽으로만 씹으려 하고, 심한 경우 사료를 입에 물었다가 그대로 뱉어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구강 내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 냄새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건강한 고양이의 입에서는 특별한 악취가 나지 않지만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세균이 번식하면서 독특하고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 보호자가 평소 고양이와 가까이 지내다가 갑자기 입 냄새가 심해졌다고 느낀다면 구강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잇몸 색깔 변화도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다. 정상적인 고양이의 잇몸은 분홍빛을 띠지만 염증이 생기면 붉게 충혈되거나 가장자리가 부풀어 오른다.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에 노란빛이나 갈색을 띠는 치석이 쌓여 있다면 이미 플라크가 단단하게 굳은 상태일 수 있다.

치석과 잇몸 충혈은 치주질환 초기 신호 /사진=AI 생성 이미지
침을 많이 흘리거나 입가 털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도 구강 통증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일부 고양이는 앞발로 입 주변을 자주 긁거나 비비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통증이나 가려움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식욕이 줄어들거나 좋아하던 간식마저 거부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많거나 특정 품종에서 치주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건식 사료 위주의 식단, 평소 양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환경 등도 치석 축적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묘 가정에서는 한 고양이의 변화를 놓치기 쉬운 만큼 급식과 배변 외에도 구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치주질환이 의심되면 가정에서 임의로 치료를 시도하기보다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의사는 구강 검진과 필요한 경우 영상 검사를 통해 염증의 범위와 치아 손상 정도를 파악한 뒤 스케일링이나 발치 등 적절한 처치를 결정한다. 방치된 치주질환은 세균이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도 있어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 관리로는 양치질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용 칫솔과 치약을 이용해 서서히 적응시키면서 주기적으로 닦아주면 치석 형성을 줄일 수 있다. 처음부터 전체 치아를 닦기보다 입 주변을 만지는 것부터 시작해 거부감을 줄여나가는 방식이 권장된다.
양치질이 어려운 경우 구강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전용 사료나 간식, 급수 첨가제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는 양치질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식사 중 고개를 흔드는 행동이 반복되거나 입 냄새가 심해지고 잇몸 출혈, 식욕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늦지 않게 동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