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로 접어들며 아침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자 많은 가정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위해 전기요나 온수매트 같은 보온용품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이런 온열기구 위에서 몇 시간씩 움직이지 않고 잠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람은 뜨거움을 느끼면 자세를 바꾸지만 반려동물은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기 쉬워 피부가 낮은 온도에도 오래 노출돼 저온화상이 생길 수 있다. 털에 가려 초기 신호를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저온화상은 섭씨 40도에서 5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피부가 장시간 접촉하면 발생할 수 있는 화상을 말한다. 뜨겁다고 느껴지지 않는 온도라도 같은 부위에 수십 분에서 몇 시간 이상 닿아 있으면 피부 조직이 서서히 손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요나 온수매트는 보통 사람이 쓰기에 적당한 온도로 맞춰져 있지만, 반려동물은 체격이 작고 피부가 얇은 경우가 많아 같은 온도라도 더 쉽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노령 반려견이나 반려묘, 관절염이나 신경계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동물은 위험이 더 크다.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는 습성 자체가 저온화상의 조건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증에 둔감해진 노령 동물이나 마비가 있는 동물은 뜨거움을 느껴도 자리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보온용품 사용 시간을 대신 조절해 줘야 한다.
저온화상이 생기면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거나 해당 부위의 털이 빠지는 정도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부어오르거나 물집이 생기고, 심한 경우 진물이 나거나 딱지가 앉는 단계까지 진행될 수 있다. 털이 북슬북슬한 품종은 피부가 가려져 있어 상태가 꽤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장시간 접촉 부위 피부가 붉어지면 저온화상 의심 /사진=AI 생성 이미지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신호로는 반려동물이 평소보다 특정 부위를 자주 핥거나 긁는 행동, 그 부위에 체중을 싣지 않으려는 자세, 만졌을 때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 등이 있다. 이런 변화가 관찰되면 털을 젖혀 피부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전기요를 사용할 때는 온도를 낮은 단계로 맞추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타이머 기능이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기요와 반려동물 피부가 직접 맞닿지 않도록 담요나 패드를 한 겹 깔아 간접적으로 온기를 전달하는 방법도 화상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온수매트는 내부 물이 새거나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 났을 때 특정 부위가 과열될 수 있어 정기적으로 매트 표면 온도를 손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오래된 제품일수록 고장 위험이 크므로 사용 전 겉면이 지나치게 뜨겁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매트 과열 여부는 손으로 자주 확인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거동이 불편하거나 잠이 깊은 반려동물에게는 보온용품을 켜 둔 채 장시간 혼자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리 위치를 가끔 바꿔 주거나, 보호자가 집에 있을 때만 전원을 켜는 방식으로 접촉 시간을 관리하면 특정 부위에만 열이 집중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피부가 붉어진 정도로 의심되는 초기 단계라면 보온용품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해당 부위를 서늘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이 쓰는 화상 연고나 소염제를 함부로 바르는 행동은 피해야 하며, 얼음을 직접 대는 것도 피부에 추가 손상을 줄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물집이 생기거나 진물이 흐르고, 범위가 넓거나 반려동물이 통증을 심하게 표현한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겉으로 가벼워 보여도 저온화상은 시간이 지나며 더 깊은 조직까지 손상되는 경우가 있어, 자가 처치만으로 끝내지 말고 수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