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려견의 눈동자가 뿌옇게 흐려진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특히 8세 이상 노령견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보다 백내장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치할 경우 시력을 잃는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백내장은 눈 속에서 빛을 굴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수정체 단백질 구조가 변하면서 투명도가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눈동자가 하얗거나 푸르스름하게 보이게 된다. 노령견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안과 질환 중 하나로 꼽히며, 진행 속도는 개체마다 차이가 크다.
다만 보호자들이 흔히 혼동하는 것이 핵경화라는 현상이다. 핵경화 역시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 중심부가 회백색으로 변하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지만, 백내장과 달리 시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눈이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모두 백내장은 아니지만, 정확한 구분은 반드시 수의사의 검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반려견의 행동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익숙한 집 안에서도 가구나 벽에 부딪히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낯선 공간에서 유독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지거나 산책을 꺼리는 것도 시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신호로 알려져 있다.

시력 저하로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노령견 [그림=메디닉스DB]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은 백내장 발병 위험이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정체 내 포도당 대사 이상으로 백내장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어, 당뇨 진단을 받은 반려견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견종은 유전적으로 백내장 발생 빈도가 높다고 보고된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단순히 시야가 흐려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혼탁해진 수정체가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포도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염증이 안압을 높여 녹내장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합병증이 겹치면 통증이 동반되며 결국 실명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세극등 검사 등 전문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육안으로는 핵경화와 백내장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눈의 혼탁함을 발견했다면 자가 판단보다는 검진을 통해 진행 정도와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치료는 백내장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단계에서는 정기적인 관찰과 안약 처방으로 염증을 관리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시력 저하가 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는데, 이는 반려견의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안과 검진으로 백내장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려견이 곧바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각 이외에 후각과 청각에 상당 부분 의존해 생활하는 개의 특성상, 가구 배치를 바꾸지 않고 안전한 환경을 유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노령견의 눈 건강은 전신 건강 상태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나 신장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안과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 안과 검사도 함께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관리로는 반려견의 눈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꼽힌다. 눈동자 색이 예전과 달라졌는지, 눈을 자주 비비거나 충혈이 지속되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느껴지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7~8세 이상 노령견이라면 매년 한 차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