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일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환자에게 치료를 어디까지 지속해야 하는지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고통과 삶의 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도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의 의료 현장 경험과 연명의료에 대한 견해가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2일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말기암 환자 진료 경험을 소개하며 무의미한 생명 연장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19세 말기암 환자의 죽음을 지켜본 경험을 언급했다. 의료진으로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더라도 모든 생명을 구할 수는 없다는 현실, 그리고 회복이 어려운 환자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말기환자의 치료에서 중요한 문제는 의학적으로 가능한 처치가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은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생명을 구하는 필수적인 치료지만,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는 치료의 목표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고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결정이 모든 의료적 돌봄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명의료중단과 통증 완화, 증상 조절, 정서적 지원은 구분해야 한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가능한 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김 교수가 제기한 문제는 국내 의료현장에서 점차 중요해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중증질환 치료 방향을 의료진과 가족이 중심이 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자 본인의 가치관과 치료 목표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일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담당의사와 상담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모든 응급치료가 자동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연명의료중단 결정의 이행에는 임종과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의사 확인 등 법정 절차가 필요하다.
가족 간 의사소통 역시 중요한 과제다. 환자가 의식을 잃은 뒤에야 치료 중단 여부를 논의하면 가족들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경험할 수 있다. 평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와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족에게 설명해 두는 것은 이러한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의료기관에서도 연명의료에 관한 설명을 단순한 동의서 작성 절차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 상태와 예후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치료 중단 여부만 묻기보다 어떤 치료가 가능하며 예상되는 이익과 부담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특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생애 말 의료현장의 어려움과 연명의료결정 이후 필요한 의료·돌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 교수의 인터뷰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히 치료를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의 선택을 넘어선다. 의료의 발전을 생존 기간만으로 평가하기보다 환자가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뜻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생애 말기 의료에 관한 결정은 더 많은 가정이 마주할 현실이 되고 있다.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의 의사, 가족의 이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과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 안내: 2026년 10월 12일 연합뉴스에 공개된 김현아 교수의 실제 인터뷰와 관련 제도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해설 기사입니다. 메디닉스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는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