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심할수록 환자는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약을 찾기 쉽다. 그러나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약을 반복해서 찾는 것은 또 다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공개된 인터뷰에서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위험을 경고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약물의 효과와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다른 사람이 건넨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뒤 통증이 크게 줄었다며 같은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사라졌다는 경험은 환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마약성 진통제는 반복 사용과 의존, 내성, 오남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약물이다. 특히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타인의 약을 복용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마약성 진통제는 수술 후 통증이나 암성 통증 등 적절한 의학적 상황에서 중요한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되는 것과 통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통증의 원인을 평가하고 약물 외 치료 방법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오피오이드 문제도 언급했다. 통증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료문화와 제약사 마케팅, 처방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처음 마약성 진통제를 접한 뒤 의존 문제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마약류 의약품 사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자가 처방약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가 강조한 건강관리의 방향은 의외로 단순하다.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관리하는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질환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몸의 불편과 한계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증 치료에서는 약의 강도를 올리는 것만이 해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염증성 질환인지, 신경병성 통증인지, 근골격계 문제인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고 동일한 통증 표현이라도 원인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이 지속된다면 임의로 진통제를 바꾸기보다 원인 질환과 현재 복용약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 통증이나 류마티스질환은 증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통증의 완전한 소실만을 목표로 삼으면 치료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하기 쉽다. 약물은 증상과 염증을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수면, 활동량, 체중 관리, 스트레스 조절 등 생활 요소도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기능과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환자가 기억해야 할 점은 처방약도 사용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복용량을 임의로 늘리거나 다른 사람의 약을 나눠 먹는 행동, 남은 마약성 진통제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복용 중 지나친 졸림이나 호흡 저하,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인터뷰는 건강을 모든 증상이 사라진 완벽한 상태로만 정의하기보다 안전한 치료와 일상 습관을 함께 관리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강한 약 하나로 통증을 없애는 것보다 왜 아픈지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적절한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