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WHO 차기 사무총장 선거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보건장관 부디 구나디 사디킨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의사나 전통적인 국제보건 전문가가 아닌 금융과 기업 경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다.
사디킨 장관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WHO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제 기준을 만들고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중심 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2026년 초 WHO에서 탈퇴한 미국이 다시 국제 보건 협력체계로 복귀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을 맡고 있다. 과거 은행과 국영기업 경영을 담당한 경력이 있으며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백신 접종을 이끌었다. 예방 중심의 보건정책을 강화하면서 무료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추진해 왔다. 전통적인 의학자 출신은 아니지만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고 재원을 조달한 경험을 WHO 개혁의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디킨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재원이다. 감염병 대응과 필수의료, 예방사업을 확대하려면 국제기구가 기존 기부금에만 의존하기보다 개발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기관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WHO가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 과학적 기준과 국제 규범을 제시하고, 각 국가가 실제 보건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기 WHO 사무총장 선거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국제 보건질서의 변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감시와 백신 생산, 공급망, 국가 간 정보공유의 중요성이 커진 반면 국제기구의 재정 안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WHO가 공개한 잠재 후보군에는 인도네시아의 사디킨을 비롯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벨기에, 스페인, 보츠와나가 추천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이후 중국도 보건 당국 고위 관계자인 쑹리를 후보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넓어졌다. WHO는 공식 후보 명단을 10월 말 이후 공개할 예정이며 집행이사회는 2027년 1월 최대 3명의 후보를 압축한다. 최종 사무총장은 2027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사디킨의 도전은 WHO가 앞으로 어떤 유형의 리더십을 선택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의학 배경을 중시할 것인지, 복잡한 재정과 조직을 관리하고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경영형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지가 선거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차기 WHO 수장이 마주할 과제는 감염병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항생제 내성,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험, 보건 격차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디킨이 강조하는 과학적 기준과 실행 중심의 WHO 개혁론이 각국의 지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글로벌 보건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