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몸을 낮추고 목을 길게 뻗은 채 켁켁거리면 보호자는 헤어볼을 토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털 뭉치를 뱉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행동이 반복되거나 식욕까지 떨어진다면 다른 문제를 살펴야 한다. 평소 헤어볼을 토하던 고양이도 이번 증상의 원인이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헤어볼은 고양이가 털을 핥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삼킨 털이 위 안에 뭉친 것이다. 삼킨 털의 상당 부분은 소화관을 지나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일부가 남아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입으로 나온 헤어볼은 이름과 달리 둥근 공보다 길쭉한 모양인 경우가 많다.
미국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은 털이 긴 고양이나 털갈이 시기에 헤어볼이 더 잘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구토를 모두 털 때문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물 섭취와 소화기질환 등 여러 원인이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빈도와 함께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관찰할 때는 실제로 무엇을 토했는지부터 살펴본다. 털 뭉치인지, 먹은 사료나 액체인지 확인하고 증상이 나타난 시간과 식사와의 관계를 적을 수 있다. 토한 내용물의 사진이나 반복 행동을 담은 짧은 영상은 진료 때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헛구역질이 되풀이되거나 밥을 먹지 않고 축 처지면 진료를 서두른다. 큰 털 뭉치가 소화관을 막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털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보조제만 추가하는 방식은 원인 확인을 늦출 수 있다.
켁켁거리는 모습이 구토가 아니라 기침일 가능성도 있다. 고양이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서는 몸을 낮추고 목을 앞으로 뻗는 모습이나 기침, 쌕쌕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숨 쉬거나 호흡에 뚜렷한 힘이 들어가면 촬영과 관찰을 이어가기보다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반복 구토에 체중 감소나 설사, 피가 섞인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필요하다.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의 설명과 신체검사를 바탕으로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 등을 선택한다. 보이는 행동 하나만으로 헤어볼이나 장폐색을 확정하지 않고 다른 원인도 함께 살핀다.
평소 관리에서는 규칙적인 빗질로 빠진 털을 정리해 삼키는 양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털이 긴 고양이는 엉킨 부분과 피부 상태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부위를 지나치게 핥거나 피부 변화가 보인다면 단순한 털갈이로 여기지 말고 가려움 등 원인을 상담한다.
헤어볼 관리용 사료나 보조제는 고양이의 건강 상태와 식단을 고려해 선택한다. 구토가 늘었다고 완하제나 사람용 약을 임의로 먹여서는 안 된다. 코넬대는 완하제 사용을 수의사의 지도 아래 결정하도록 안내하며, 장이 막힌 상황에서는 별도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리의 기준은 털 뭉치를 한 번 보았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와 비교해 구토가 잦아졌는지, 식욕과 활동성이 유지되는지, 편하게 숨 쉬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빗질과 생활 기록을 이어가되 반복되는 이상 신호가 있다면 헤어볼이라는 익숙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