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으며 눈까지 가려운데 감기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돼지풀 등 가을철 잡초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돼지풀과 쑥 같은 잡초류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로, 이 기간 비염과 결막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감기와 꽃가루 알레르기는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감기는 보통 발열이나 몸살, 목 통증을 동반하고 1~2주 지나면 서서히 호전되는 반면, 꽃가루 알레르기는 열 없이 맑은 콧물과 발작적인 재채기가 이어지고 눈 가려움과 눈물이 함께 나타나며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서 증상이 유독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돼지풀은 북미가 원산지인 외래식물로 길가, 공터, 하천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자란다. 돼지풀 꽃가루는 입자가 가볍고 양이 많아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맑고 건조하며 바람이 부는 날 오전에 공기 중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이 시간대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체계가 꽃가루 속 단백질을 몸에 해로운 이물질로 잘못 인식해 히스타민 등 화학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코점막과 눈 결막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눈 가려움과 충혈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길가와 공터에서 흔히 자라는 돼지풀 [그림=메디닉스DB]
돼지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중 일부는 멜론이나 참외, 호박, 바나나 등 특정 과일과 채소를 먹었을 때 입안이나 입술이 얼얼하고 가려운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돼지풀 꽃가루 단백질과 해당 식품 성분이 구조적으로 비슷해 교차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이 반복된다면 해당 식품 섭취 후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평소 비염이나 결막염을 앓았던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자가 있는 경우, 어린이와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많거나 환기가 잦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경우에도 꽃가루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증상만으로 감기와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병원에서 피부단자시험이나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가진단으로 감기약만 장기간 복용하면 근본 원인을 놓쳐 증상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부분이다.

알레르기 원인 확인을 위한 피부단자시험 [그림=메디닉스DB]
생활 속에서는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는 오전 시간대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야외 활동을 줄이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법이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안경 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코와 눈에 꽃가루가 직접 닿는 것을 줄이고, 귀가 후에는 옷을 털고 세탁하며 바로 샤워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내에서는 환기 시간을 짧게 조절하고 창문을 자주 열어두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공기청정기를 활용해 실내 꽃가루 농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증상이 있을 때는 의사와 상담해 항히스타민제나 코 분무용 스테로이드제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 일상생활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콧물과 재채기, 눈 가려움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매년 같은 계절마다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이비인후과나 알레르기내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날씨 정보와 함께 꽃가루 농도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외출 시간과 복장을 조절하면 가을철 알레르기 증상을 한층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