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강아지 코부터 만져보며 촉촉한지 확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코가 마르고 갈라져 있으면 어딘가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지만, 수의학적으로 보면 코의 건조함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강아지 코가 마르면 아프다는 속설은 오래전부터 반려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과거에는 열이 나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코가 건조해지는 개체를 종종 관찰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이는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상식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강아지의 코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습도가 달라진다. 잠에서 막 깨어난 직후에는 자는 동안 혀로 코를 핥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건조해지고, 실내 난방이나 에어컨 바람에 오래 노출돼도 코 표면의 수분이 쉽게 증발한다.
야외에서 오래 뛰어놀거나 햇볕을 많이 쬔 경우,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경우에도 코가 마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콧등의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개체도 있어 노령견에서는 코가 건조하고 거칠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일 수 있다.

코 건조는 일광욕 등 일상 요인으로도 나타나 [그림=메디닉스DB]
반대로 코가 촉촉하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하다는 뜻도 아니다. 콧물이나 눈물, 구토 등 다른 분비물 증가로 인해 코 주변이 젖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심한 탈수 상태에서도 일시적으로 코가 축축하게 유지되는 사례가 보고된다. 코의 습도 하나만으로 건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 방법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반려견의 건강 이상은 무엇으로 살펴야 할까. 수의학 전문가들은 코 상태보다 식욕과 활력, 배변과 배뇨 습관, 체중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더 정확한 신호라고 설명한다. 평소 잘 먹던 사료를 거부하거나 산책을 나가려 하지 않고 축 처져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코 자체의 변화라도 단순 건조함이 아니라 갈라짐이 심해지거나 딱지가 앉고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색이 변하거나 콧구멍 주변이 부어오르는 경우라면 피부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 등을 의심해볼 수 있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이상 증상 동반 시 동물병원 진료가 필요 [그림=메디닉스DB]
미국수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수의학 단체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코 상태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체온, 호흡, 식욕 등 여러 지표를 함께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실제로 체온 측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항문 체온계 등을 이용한 정확한 측정이 훨씬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국내 동물병원에서도 보호자들이 코 건조함을 이유로 내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진료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반대로 코는 촉촉했지만 다른 증상 때문에 뒤늦게 병원을 찾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확인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반려견의 코가 마르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식욕 저하나 무기력함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구토, 설사, 발열 의심 증상이 동반된다면 코 상태와 관계없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