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회초년생 되고 나서 제일 많이 바뀐 게 연애랑 결혼에 대한 생각인 듯. 학생 때는 그냥 좋아하면 만나고, 잘 맞으면 오래 가고, 결혼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거든. 근데 회사 다니기 시작하니까 그게 무슨 드라마처럼 흘러가는 일이 아니더라. 퇴근하고 집 오면 기 빨려서 씻고 눕기도 바쁜데 누구를 알아가고 맞춰가고 감정 챙기는 것 자체가 체력전임. 연애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시간, 돈, 멘탈 다 있어야 되더라.
더 빡치는 건 주변에서 너무 쉽게 말함. “좋은 사람 만나면 다 돼”, “결혼은 타이밍이야” 이런 말 들으면 솔직히 좀 열받음. 아니 그 타이밍을 누가 만들어주냐고.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사람한테 치이고, 상사는 이유 없이 예민하고, 월급은 통장 스쳐 지나가는데 무슨 여유로 미래 계획까지 세움? 누굴 만나도 결국 조건 얘기 나오고, 결혼 얘기 나오면 집, 돈, 직장 안정성 같은 현실문제로 바로 떨어지니까 갑자기 감정보다 계산이 먼저 됨. 이게 내가 속물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들 원래 이런 건데 학생 때만 몰랐던 건지 헷갈림.
그래서 요즘은 연애를 꼭 해야 하나 싶다가도, 또 퇴근길에 혼자 있으면 사람 생각나고 그럼. 결혼도 마찬가지임. 혼자 살 자신이 엄청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아무나랑 현실 때문에 하는 건 더 끔찍할 것 같음. 주변 보면 결혼한 사람은 결혼한대로 힘들다 하고, 안 한 사람은 안 한대로 불안하다 하고 대체 정답이 뭔지 모르겠음. 특히 사회초년생은 내 인생 기반도 아직 불안정한데 누군가 인생까지 같이 책임질 생각하라는 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음.
나만 이렇게 꼬여 있나 했는데 회사 다니면서 연애관, 결혼관 확 바뀐 사람들 은근 많을 것 같음. 예전엔 설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같이 있을 때 안 피곤한 사람, 내 밥벌이의 고단함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훨씬 중요해 보임. 혹시 여기 있는 사람들도 취업하고 나서 연애나 결혼 보는 눈 달라졌음? 다들 현실이 원래 이런 건지, 내가 요즘 회사 때문에 더 염세적으로 보는 건지 궁금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