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인 되고 한참 지나서야 ADHD 얘기 들은 편인데, 그 전까지는 그냥 제가 유난히 들뜨고 말 많고 정신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거든요. 연애할 때도 초반에는 그 에너지가 장점처럼 보였어요. 리액션 크고, 데이트 아이디어 많고, 연락 오면 반가워서 길게 답하고. 근데 시간 지나면 그 산만함이 생활로 튀어나오더라고요. 약속 시간 착각한다든지, 하다 만 얘기 갑자기 다른 데로 새버린다든지, 상대가 서운한 포인트를 뒤늦게 알아차린다든지. 저는 나름 진심인데 상대는 “나를 가볍게 생각하나?” 싶을 수도 있었겠다는 걸 나중에야 좀 알았어요.

그래서 연애에 대한 생각이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나랑 텐션 잘 맞고 재밌는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거보다 생활 방식이 맞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정신없이 굴 때 바로 사람 자체를 평가절하하지 않고, 같이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 반대로 저도 상대의 기준이나 루틴을 답답하다고만 안 보고 존중해야 오래 가는 것 같고요. 솔직히 불꽃같이 시작하는 연애보다, 좀 심심해 보여도 편안한 관계가 더 어렵고 귀한 느낌이에요.

결혼은 더더욱 로망보다는 운영의 영역 같아요. 사랑 없는 결혼은 싫지만 사랑만으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걸 주변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집안일, 돈, 일정, 부모님, 체력, 혼자 있는 시간까지 다 조율해야 하잖아요. 특히 저처럼 머릿속이 늘 북적거리는 사람은 “좋아하면 되지”로 들어갔다가 서로 너무 지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저는 결혼 상대를 볼 때 설레는지보다, 싸웠을 때 대화가 되는지, 실수했을 때 복구가 되는지, 같이 살면 덜 불안한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이런 기준 세우는 게 누군가한테는 너무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현실적으로 서로 덜 다치게 도와줄 수 있어요.

가끔은 저도 결혼이 꼭 필요한가 싶다가도, 퇴근하고 집 와서 오늘 있었던 별거 아닌 일 막 쏟아내고, 상대가 “또 시작이네” 하면서도 웃어주는 그림을 상상하면 괜히 마음이 가요. 다만 이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랑, 그 사람이랑 생활을 꾸릴 수 있는지는 다르다고 인정하게 됐어요. 직장 다니면서 연애나 결혼 생각하면 더 복잡해지던데, 다들 어느 순간부터 기준이 바뀌셨나요? 저만 이렇게 현실적으로 변한 건지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