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좀 이상하게 분주했어요. 딱히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출근 준비하면서 괜히 한 박자씩 늦고, 지하철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 있는데 숨이 탁 막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서른 되고 나서부터는 체력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머릿속에 쌓이는 생각이 많아진 건지 이런 날이 한 번씩 와요. 회사 도착해서 커피 한 잔 내려놓고 메일함 켰는데, 읽지 않은 메일 숫자 보는 순간 벌써 좀 지쳤어요. 아직 오전인데 벌써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 든 거 저만 그런가요.

점심 전까지는 진짜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별거 아닌 수정 요청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상하게 그런 게 더 사람을 닳게 만드는 것 같아요. 큰 프로젝트 하나 끝내는 피로랑은 또 다르게, 자잘하게 계속 집중 끊기는 피곤함 있잖아요.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대충 김치찌개 먹었는데, 밥 먹는 동안만큼은 좀 살 것 같더라고요. 같이 먹은 동료가 “요즘 얼굴에 피곤함이 써 있다”는 말을 툭 했는데, 괜히 웃으면서 넘기긴 했어도 집에 오는 길까지 계속 생각났어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티가 나고 있나 싶어서요.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동네를 조금 걸었어요. 서울은 금요일 저녁만 되면 공기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이 있어요. 다들 어딘가로 흘러가는데, 저는 편의점 들러서 요거트 하나 사고 그냥 천천히 걸었어요. 별거 아닌데도 그 시간이 오늘 중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집에 와서는 불 밝게 안 켜고 스탠드만 켜둔 채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있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라앉더라고요. 요즘은 무조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덜 지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자꾸 마음이 가요.

근데 또 이렇게 축 처져 있다가도, 막상 내일 아침 되면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책이라도 읽어야 하나 혼자 자기계발 모드 켜는 게 좀 웃겨요. 번아웃 비슷한 기분이 올 때마다 다들 어떻게 넘기세요? 저는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을 때가 많아서, 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나 싶어요. 오늘은 그냥 무리해서 뭐 하려 하지 말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일찍 자보려고요. 금요일인데 신나게 보내지는 못했지만, 이런 날도 그냥 내 하루였다고 생각하면 조금 덜 서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