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고민되는 게 스펙도 스펙인데 인간관계예요. 취준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좀 쉬면서 준비하면 되겠지 했는데,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까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은근 부담되더라고요. 친구들 단톡방에 회사 얘기 올라오면 축하하는 마음이랑 동시에 괜히 폰 내려놓게 되는 그 느낌... 다들 한 칸씩 앞으로 가는데 저만 제자리인 기분이라, 별일 아닌 말에도 혼자 과하게 의미부여하게 됩니다. 경기 쪽 살아서 서울 가는 친구들 만나려면 마음먹고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점점 귀찮아지고요. 백수는 시간 많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의 체력이 더 없음.

친한 친구들이 연락해주면 고맙긴 한데 또 한편으론 뭘 보여줘야 하나 싶어요. 예전엔 그냥 만나서 밥 먹고 웃겼는데, 요즘은 “준비는 잘돼 가?” 이 한마디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어본 친구는 아무 뜻 없을 텐데 혼자 면접관 앞에 앉은 사람처럼 긴장함. 그래서 괜히 약속 미루고, 바쁘다고 둘러대고, 집에서 루틴 짠 척하다가 유튜브 보고 하루 끝나고. 인간관계 고민이 결국 취준 스트레스에서 나오는 거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계속 피하자니 더 이상해지는 느낌이에요.

가족이랑도 비슷해요. 집에 있으니까 얼굴은 자주 보는데 대화는 오히려 조심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걱정돼서 말하는 건데 저는 또 잔소리로 듣고, 그러고 나면 방에 들어와서 괜히 혼자 삐져 있음. 스스로도 좀 웃긴 게, 외롭다고 하면서 연락 오면 부담스럽고, 혼자 있고 싶다가도 또 아무도 안 찾으면 서운해요. 인간관계가 원래 이런 밀당 게임이었나 싶습니다. 제가 예민한 건지 다들 취준할 때 한 번씩 이런 구간 오는 건지 궁금하네요.

혹시 저처럼 취준 길어지면서 친구나 가족이랑 거리 조절 어렵던 분들 있었나요? 저는 요즘 아예 다 끊기 전에 짧게라도 먼저 연락해보는 쪽이 맞나 싶다가도, 괜히 초라한 근황 브리핑 되는 것 같아서 망설여집니다. 너무 티 안 나게, 그렇다고 완전 멀어지지도 않게 관계 유지하는 방법 있으면 듣고 싶네요. 인간관계도 체력이 있어야 굴러가는데 제 체력바는 맨날 빨간색이라 참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