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딱 찍고 나니까 회사에서 버티는 방식이 예전이랑 좀 달라졌어요. 예전엔 야근이 많아도 그냥 “다들 이렇게 사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일이 많은 날보다 이상하게 사람 눈치 많이 봐야 하는 날이 더 피곤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팀 회의 들어갔는데, 누구 하나 대놓고 뭐라고 한 건 아닌데 공기가 너무 무거운 거예요. 다들 예민하고, 말 끝은 짧고, 괜히 내가 꺼낸 말 한마디가 분위기 더 싸하게 만들까 봐 머릿속으로 몇 번씩 고르고 말했어요. 집에 오는 길에 그날 한 대화들을 계속 복기하는데, 정작 업무보다 그 시간이 더 진 빠졌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일은 일이니까 깔끔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직장생활은 진짜 일만 잘한다고 끝이 아닌 것 같아요. 누가 기분이 안 좋은지, 지금 말 걸어도 되는 타이밍인지, 내가 보낸 메일 문장이 차갑게 읽히진 않을지 그런 걸 계속 신경 쓰게 되니까요. 특히 서울에서 출퇴근까지 하다 보면 아침 지하철에서 이미 체력이 한번 빠지고, 회사에서 말 없는 눈치게임 한 번 더 하고, 퇴근하면 괜히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이 생겨요. 제가 유난인 건가 싶다가도, 주변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면 다들 비슷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요즘은 그래서 일부러 점심시간에라도 잠깐 혼자 나가서 걷고 와요. 카페를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회사 건물 주변 한 바퀴 도는 정도인데, 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숨 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느낌이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회사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지는 건 아닌데, 적어도 저까지 같이 날 서게 되는 건 조금 막아주는 것 같달까. 이상하게 사람한테 지친 날은 집에 가서 자기계발 영상 보는 것도 안 들어오고, 그냥 조용한 방에서 불 조금만 켜두고 멍하니 있는 게 더 낫더라고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다들 직장에서 제일 버거운 순간이 일이 많을 때예요, 아니면 사람 때문에 기 빨릴 때예요? 저는 예전엔 무조건 업무량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후자가 더 크게 와요. 괜히 저만 이렇게 회사 공기에 휘둘리는 건가 싶어서 적어봤어요. 비슷한 분들 있으면 어떻게 털어내는지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