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다니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일이 힘든 건지 제가 예전 같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예전엔 바빠도 그냥 “이번 주만 버티면 되지” 하고 넘겼는데, 서른 되고 나니까 이상하게 작은 일에도 마음이 오래 남더라고요. 오늘도 별거 아닌 수정 요청 하나 받았는데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왜 이 정도로 예민해졌지 싶었어요. 누가 크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괜히 위축되고, 괜찮은 척하다가 퇴근길에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는 날이 많아졌어요.
특히 제일 힘든 건 회사에서의 저는 늘 멀쩡해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일정은 빡빡하고, 메신저는 계속 울리고, 다들 바쁘니까 누구 하나 천천히 설명해주길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저도 후배들 앞에서는 차분한 척, 상사 앞에서는 빈틈없는 척하는데 사실 속으론 “나 지금 좀 벅찬데” 싶은 순간이 자주 있어요. 예전엔 이런 제 모습이 싫었거든요. 왜 이렇게 체력이랑 멘탈이 같이 떨어지나 싶어서.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안 지친 척하면서 버틴 시간이 길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완전히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덜 무너지게 하는 쪽으로 가보는 중이에요. 점심시간에 일부러 회사 밖으로 잠깐이라도 나가고,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도 좋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좀 만들고 있어요. 예전엔 쉬는 것도 계획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멍하니 있는 시간도 저한텐 꽤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서 잘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너무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요즘 늦게 배우는 느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