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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비타민 B12 정상인데 다리에 힘 빠진다면, 원인불명 척수병증 새 단서 발견

JAMA Neurology, 8월 17일 연구 발표, 일부 환자에서 중추신경계 비타민 B12 운반을 방해하는 자가항체 확인

메디닉스 정다빈기자|입력 |조회 0
혈액 비타민 B12 정상인데 다리에 힘 빠진다면, 원인불명 척수병증 새 단서 발견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B12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척수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인을 찾지 못했던 일부 척수병증 환자에게서 비타민 B12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자가항체가 확인되면서 새로운 진단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연구진은 지난 8월 17일 국제학술지 JAMA Neurology에 원인불명 척수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척수병증은 척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팔다리 근력 저하와 감각 이상, 보행장애, 배뇨·배변 기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군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다양한 검사를 시행해도 약 12~18%에서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CD320이라는 단백질이다. CD320은 비타민 B12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관여하는 수용체인데, 일부 환자에서는 이 수용체를 공격하는 anti-CD320 자가항체가 검출됐다. 초기 원인불명 척수병증 환자 32명 가운데 18명인 56.3%에서 해당 항체가 확인됐다. 이후 별도로 구성한 검증 집단에서도 각각 45.1%와 48%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들 환자에게 전형적인 혈중 비타민 B12 결핍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혈액검사에서는 B12 부족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뇌척수액에서 측정한 생체활성 비타민 B12 농도는 anti-CD320 양성 환자에서 더 낮았다. 연구진은 이를 중추신경계에 국한된 자가면역성 비타민 B12 결핍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증상과 영상검사에서도 특징이 나타났다. anti-CD320 항체가 확인된 환자는 비교 대상보다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 진행하는 아급성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척수 자기공명영상 MRI에서는 척수의 뒤쪽과 가쪽 부위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이는 기존의 심한 비타민 B12 결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아급성연합변성과 비슷한 형태였다.

치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관찰도 있었다. 연구에 포함된 anti-CD320 양성 환자 가운데 5명이 비타민 B12 보충치료를 단독 또는 면역억제치료와 함께 받았고 이 가운데 4명에서 임상적인 호전이 관찰됐다. 다만 환자 수가 매우 적고 일부에서는 여러 치료가 동시에 시행돼 비타민 B12 치료 효과만을 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연구진 역시 향후 전향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모든 손발 저림이나 다리 힘 빠짐을 비타민 B12 문제로 설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척수병증은 경추 질환, 염증성·자가면역질환, 감염, 혈관질환, 영양 결핍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근력 저하나 보행장애, 감각 소실, 대소변 조절 이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단순한 영양 부족으로 판단하지 말고 신경학적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원인을 찾지 못한 척수병증 환자 가운데 혈중 B12가 정상인데도 MRI에서 비타민 B12 결핍과 비슷한 척수 손상이 보인다면 anti-CD320 검사와 중추신경계의 B12 대사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직 일반적인 선별검사로 확립된 단계는 아니지만, 진단되지 않았던 일부 척수질환의 원인을 설명할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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