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마주 오는 차량의 전조등이 유난히 번쩍이고, 책을 읽을 때 글자가 두 개로 겹쳐 보인다면 단순한 노안이 아니라 백내장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눈 속 수정체가 서서히 혼탁해지면서 나타나는 이런 변화는 진행 속도가 느려 본인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은 눈 안에서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또렷한 상을 맺게 해주는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는 질환이다. 원래 투명했던 수정체가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 변성으로 혼탁해지면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 전체가 안개가 낀 듯 흐릿하게 느껴지게 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시야가 전반적으로 흐려지는 현상이다. 안경이나 돋보기를 새로 맞춰도 좀처럼 선명도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밝은 곳보다 흐린 날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사물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인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야간 운전 시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나 가로등 불빛 주위로 둥근 빛 번짐, 즉 눈부심과 광륜 현상이 심해지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어렵지 않던 밤 운전이 유난히 부담스럽고 피곤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는 환자가 많다.
색의 구분이 둔해지는 것도 특징적인 변화다. 흰색이나 파란색 계열이 전반적으로 누렇거나 갈색을 띠는 것처럼 보이고 색의 선명도와 대비가 떨어져, 옷 색깔을 고르거나 그림이나 간판의 색감을 구분할 때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쪽 눈으로만 사물을 보았을 때 상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단안 복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근시나 원시 등 안경 도수가 몇 달 사이에 자주 바뀌어 새 안경을 맞춰도 금세 맞지 않게 되는 현상 역시 백내장 진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백내장은 대부분 노화에 따라 수정체 단백질이 서서히 변성되면서 발생하지만, 장시간의 자외선 노출, 당뇨병, 오랜 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눈 주변의 외상 등도 발생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는 선천적으로 생기거나 다른 눈 질환에 동반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한안과학회는 백내장이 초기에는 특별한 불편이 없거나 증상이 경미해 지나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을 줄 수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가능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 등을 통해 수정체의 혼탁 정도와 위치를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력 저하가 독서나 운전 등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지장을 줄 정도로 진행되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바꿔 넣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평소 자외선이 강한 한낮에는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로 눈을 보호하고, 흡연은 수정체 노화를 앞당길 수 있는 만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백내장 발생과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평소와 달리 시야가 뿌옇거나 빛 번짐과 눈부심이 심해지고, 안경 도수가 유독 자주 바뀐다면 미루지 말고 가까운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을 조기에 확인하면 생활에 맞는 적절한 치료 시기와 방법을 여유 있게 계획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