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밥상에 자주 오르는 가지는 껍질의 짙은 보라색이 특징이다. 이 색을 내는 성분이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나스닌인데, 씻고 자르고 익히는 방식에 따라 보존되는 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손질법에 관심이 모인다. 껍질을 벗기거나 물에 오래 담가두는 습관이 오히려 영양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스닌은 안토시아닌 계열의 색소 성분으로 가지 껍질의 보라색을 만드는 주된 물질이다.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몸속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열과 수분에 약해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거나 물속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나스닌은 과육보다 껍질과 그 바로 아래층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가지를 손질할 때 습관적으로 껍질을 두껍게 벗겨내면 항산화 성분 대부분을 함께 버리는 셈이 된다. 껍질째 조리하는 것이 나스닌 섭취량을 늘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가지를 자른 뒤 갈변을 막기 위해 물에 담가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수용성 색소인 나스닌이 물속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담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실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물에 담그더라도 짧게 헹구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른 가지는 짧게만 헹구는 것이 좋다 [그림=메디닉스DB]
가지는 자른 단면이 공기와 닿으면 갈변이 빠르게 진행되는 채소다. 미리 썰어 두기보다 조리 직전에 손질하는 것이 색과 성분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득이하게 미리 썰어야 한다면 물기를 제거한 뒤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편이 낫다.
조리법에 따라서도 손실 정도가 다르다. 물에 넣고 삶거나 데치는 방식은 나스닌이 조리수로 빠져나가기 쉬워 손실이 큰 편이다. 반면 기름에 볶거나 굽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수분 접촉이 적어 색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적당량의 식용유를 사용해 볶거나 구우면 맛과 식감이 좋아질 뿐 아니라, 지용성 성분의 체내 흡수를 돕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름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열량이 높아질 수 있어 조리용 붓으로 얇게 바르는 방식이 권장된다.
고온에서 단시간 조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약한 불에서 오래 익히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나스닌이 산화, 분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내거나 구워내는 방식이 껍질의 보라색과 항산화 성분을 함께 지키는 데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센 불에서 빠르게 볶으면 색이 잘 유지된다 [그림=메디닉스DB]
식초나 레몬즙 등 산성 성분을 소량 더하면 안토시아닌 색소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가지무침이나 냉채처럼 식초를 활용하는 조리법이 색과 성분을 함께 살리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도 있다. 다만 산이 강하면 가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달라질 수 있어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가지를 고를 때는 껍질 색이 짙고 광택이 선명하며 표면에 주름이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색이 옅거나 흐릿한 가지는 나스닌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관찰도 있다. 보관할 때는 냉장고 저온에서 검게 변색되기 쉬우므로 신문지 등으로 감싸 서늘한 곳에 두는 편이 낫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여러 기관은 특정 성분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색의 채소를 골고루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나스닌 역시 가지를 통째로 자주 먹는 습관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는 만큼, 껍질째 손질하고 짧게 씻은 뒤 센 불에서 빠르게 조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여름철 가지 요리의 영양을 살리는 실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