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자연광 아래에서 두드러지는 눈동자 색 차이
가을로 들어서며 해가 낮게 비치고 빛의 색이 따뜻하게 바뀌면,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나 유리창에 비친 모습에서 평소보다 눈동자 색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실내 조명 아래서는 몰랐던 미묘한 색 차이가 가을 햇살 아래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경우가 많고, 주변 사람에게서 눈동자 색깔이 짝짝이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야 자신의 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색 차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차이인지, 최근 몇 주나 몇 달 사이에 새로 생긴 변화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래전부터 똑같았던 색 차이와 최근 달라진 색은 같은 현상이 아닙니다.
짝짝이로 보이는 이유, 홍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눈동자의 색은 홍채 조직 안에 있는 색소세포(멜라닌세포)의 양과 분포에 따라 결정됩니다. 멜라닌이 많으면 짙은 갈색이나 흑색에 가깝게 보이고, 적으면 연한 갈색이나 회녹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발달 과정에서 양쪽 홍채의 멜라닌 분포가 조금씩 다르게 자리 잡으면 태어날 때부터 색이 다르게 보이는데, 이런 경우는 어릴 때 사진을 봐도 이미 같은 차이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성인이 된 뒤 새로 생긴 색 변화는 원인이 다릅니다. 눈 안쪽 염증인 전방포도막염이 반복되면 홍채 조직 자체의 색과 질감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홍채 색소층이 벗겨져 나오는 색소분산이 생기면 한쪽 홍채가 얼룩덜룩하게 옅어 보이기도 합니다. 일부 녹내장 치료 점안액을 몇 달 이상 사용하면 홍채 색이 서서히 짙어지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염증이나 특정 점안액은 눈동자 색을 되돌리기 어렵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안과에서 눈동자 색 차이를 확인하는 방법과 판정 기준
눈동자 색 차이를 확인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검사는 세극등현미경 검사입니다. 좁은 띠 모양의 빛을 눈에 비추어 각막, 전방, 홍채, 수정체를 층별로 들여다보는 검사로, 홍채 표면의 색소 패턴과 동공 가장자리 모양을 직접 눈으로 관찰합니다.
이 검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전방, 즉 각막과 홍채 사이 공간 안에 염증세포와 빛 번짐(플레어)이 떠 있는지입니다. 세포 수와 번짐 정도를 0단계부터 4단계 이상까지 나누어 기록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염증이 심하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해외 의학 매뉴얼에서는 통증과 진짜 눈부심이 있으면서 각막에는 염색 반응이 없고 안압도 정상 범위라면 전방포도막염을 먼저 의심하고, 세극등 검사로 전방 안의 염증세포와 빛 번짐을 확인해 최종 판단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충혈은 눈 전체가 아니라 각막 주변으로 몰리는 양상이 흔하다고 덧붙입니다.[1]
다만 이 등급은 검사자가 직접 눈으로 세어 매기는 방식이라 아주 약한 염증, 즉 0에서 1단계 사이의 경계에서는 같은 눈을 두고도 평가가 조금씩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결과가 나오면 1~2주 뒤 다시 검사해 변화 추이를 함께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께 측정하는 안압은 보통 10~21mmHg 범위를 정상으로 보는데, 염증이 있을 때는 오히려 안압이 낮게 나올 수도 있고 염증세포가 전방각을 막으면 반대로 높게 나올 수도 있어 추적 측정이 필요합니다. 각막 표면에 형광색소를 묻혀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각막염색검사는 각막 자체의 상처나 감염을 전방 염증과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색 차이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 보여주는 진행 단계
증상이 전혀 없이 수년째 똑같은 색 차이라면 건강검진이나 우연히 찍힌 사진에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는 몇 달 간격으로 찍은 사진을 나란히 놓고 봐도 색의 경계나 범위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염증성 변화는 진행 속도가 다릅니다. 진료실에서는 몇 달 전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해 색이 바뀐 속도를 가늠하는데, 1~2개월 사이에 눈에 띄게 옅어지거나 얼룩이 생겼다면 염증성 변화 쪽에 무게를 두고 통증, 눈물, 눈부심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때 눈부심은 단순히 빛이 부시다는 느낌과는 다릅니다. 염증으로 인한 눈부심은 밝은 곳에서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고, 충혈도 눈 전체가 아니라 각막 주변 고리 모양으로 몰리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일이 흔합니다.
그대로 지켜봐도 되는 경우와 진료가 필요한 경우
두 경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대응 방향이 분명하게 나뉩니다.
어릴 때부터 색이 달랐고 그 사이 별다른 증상 없이 몇 년째 똑같다면 정기적인 사진 기록 정도로 지켜보는 쪽이 맞고, 최근 몇 주 사이 색이 달라졌거나 통증·충혈·눈부심 중 하나라도 동반된다면 안과에서 전방 상태를 확인하는 쪽이 더 맞습니다.
염증이 반복되는 전신질환이 있다면 장기적인 안구 상태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한 학회 초록 자료에서는, 베체트병처럼 포도막염이 반복되는 경우 백내장이나 녹내장, 시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대조군보다 뚜렷하게 높았다고 보고합니다. 다만 이는 특정 질환군을 추적한 결과이므로 상관관계로 해석해야 하고, 모든 홍채 색 변화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2]
진료를 미루지 않아야 하는 신호
다음 신호가 함께 있다면 며칠 안에 안과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최근 며칠 사이 급격히 진해지거나 옅어진 눈동자 색
- 각막 주변으로 둥글게 몰리는 충혈
- 밝은 곳에서 통증이 함께 오는 눈부심
- 시야가 흐릿하거나 안개가 낀 듯한 느낌
- 눈 안쪽이 뻐근하게 아프면서 두통이 겹치는 증상
이 신호들은 단독으로 나타날 때보다 두세 가지가 겹칠 때 전방 염증을 더 강하게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