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 이것저것 찍먹만 하다가 맨날 튜토리얼에서 기 빨리고 껐거든요. 근데 오랜만에 “아 이건 못 참지” 하면서 붙잡은 작품이 있었음. 바로 하데스였는데, 처음엔 로그라이크라길래 또 죽고 또 죽고 또 죽는 그 고통의 굴레인가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죽는 것도 서사가 되는 게임이라 덜 억울하더라. 보통 로그라이크는 죽으면 “내 시간 돌려줘” 모드 켜지는데, 이건 죽고 돌아와도 대화 바뀌고 관계 쌓이고 스토리 계속 굴러가서 오히려 한 판 더 하게 됨. 말 그대로 지옥 출근인데 퇴근을 못함.

전투도 진짜 손맛 좋았음. 무기마다 스타일 완전 다르고 축복 조합 보는 맛이 있어서, 같은 창 들고 가도 이번 판은 번개 창맨, 다음 판은 치명타 도박사 되는 느낌임. 이게 빌드 맞아떨어질 때 쾌감이 장난 아니더라. 약간 내 뇌가 “이번엔 진짜 된다” 하고 행복회로 풀가동하는데, 정작 보스 앞에서 터지면 현실교육 들어옴. 그래도 이상하게 화가 덜 남. 게임이 세련되게 패는 느낌이라 그나마 자존심이 덜 상함. 맞고도 “오케이 인정” 하게 되는 그 맛, 뭔지 알 사람은 알 듯.

그리고 캐릭터들이 그냥 배경 NPC가 아니라 다들 말맛이 있음. 주인공도 쿨한 척하는데 은근 짠하고, 주변 인물들도 하나씩 기억에 남아서 스토리 보는 맛이 꽤 컸음. 솔직히 액션게임 하면서 스토리는 스킵하는 편인데 이건 대사 넘기기 아까워서 좀 읽게 되더라. 아트랑 음악도 분위기 미쳤고, 전체적으로 “열심히 만들었네”가 아니라 “아 이 사람들 진짜 덕후다” 느낌이라 취향 제대로 찔렸음.

혹시 나처럼 전투 손맛 중요하고, 반복 플레이인데도 덜 질리는 게임 찾는 사람이면 한 번 해봐도 괜찮을 듯. 너무 빡센 소울류까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심심한 건 싫은 사람한테 특히 잘 맞을 수 있어요. 나도 처음엔 “유명한 데엔 이유가 있겠지” 정도였는데, 하다 보니 새벽 3시에 보스한테 참교육 당하고 있는 나를 발견함. 여러분도 이런 식으로 “이건 내 취향이다” 싶었던 게임 있으면 추천 좀 해줘라. 나 지금 또 라이브러리 방황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