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롤 한 판만 돌리고 자야지 해놓고 꼭 뭐 하나 더 하게 되잖아. 근데 어제는 그게 게임이 아니라 드라마였음. 친구가 계속 재밌다길래 “에이 또 과몰입 유도하는 거 아냐?” 이러고 틀었는데, 1화 끝나고 바로 다음 화 넘어가는 거 보고 아 이거 망했다 싶더라. 진짜 내 수면 패턴한테 미안한데 손이 먼저 리모컨 누름. 부산 사람이라 그런가 밤에 창문 살짝 열어놓고 보는데, 바람 들어오고 방은 어둡고 화면 몰입감은 올라가고… 그 조합이 좀 위험했음.

내용은 자세히 말하면 스포 밟을까 봐 참는데, 요즘 본 작품들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인물들 감정선이 억지스럽지 않았던 거. 괜히 울려 보겠다고 브금 빵빵하게 깔고 대사로 설명 다 해주는 스타일 아니고, 좀 툭 던지듯 가는데 그게 더 세게 옴. 영화도 최근에 하나 봤는데, 액션이 화려한데도 다 보고 나면 남는 건 사람 표정이더라. 신기하게 예전엔 스케일 큰 거만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런 소소한 장면이 더 기억남. 나도 나이 먹는 건가 했는데 아직 대학생이라 세이프인 걸로. 근데 새벽 감성에 이런 거 보면 괜히 내 인생 브금 깔리면서 “보리, 넌 지금 뭐 하고 있냐” 모드 들어감. 아주 위험함.

아무튼 요즘 느끼는 건 드라마든 영화든 억지 감동 없고 분위기 잘 잡는 작품이 오래 가는 듯. 보고 나서 바로 딴짓 안 하고 멍 때리게 만드는 게 진짜인 것 같음. 여러분은 최근에 뭐 봤냐? 너무 무거운 거 말고, 몰입감 좋고 한두 화 틀었다가 시간 순삭되는 거 있으면 추천 좀. 롤 연패 박을 때 볼 거 필요함. 패배의 쓴맛을 영상미로 씻어야 됨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