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맨날 배달로 버티다가 이번 달엔 진짜 돈도 아끼고 몸도 좀 덜 붓는 느낌 받고 싶어서 퇴근 후 집밥을 한 달 정도 해봤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계란, 두부, 닭가슴살, 양배추, 버섯 이런 거 돌려쓰는 식으로요. 처음엔 솔직히 귀찮아서 “이걸 내가 얼마나 가겠나”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요리 실력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재료를 이것저것 많이 사면 무조건 남아서 버리게 되고, 퇴근 후 바로 칼 잡는 순간 이미 진 게임이라 주말에 어느 정도 손질해두는 게 제일 컸어요.
제가 한 방식은 엄청 단순했어요. 일요일에 양파랑 대파 썰어서 소분하고, 닭이나 두부는 2~3일치만 간단하게 밑간해두고, 밥은 냉동해놨습니다. 그러니까 평일엔 진짜 프라이팬 하나로 끝나더라고요. 제일 자주 먹은 건 양배추볶음+계란, 간장두부덮밥, 버섯 넣은 닭볶음 이런 류였고요. 맛집 퀄리티는 당연히 아니어도, “오늘 뭐 먹지” 고민이 줄어드니까 야식도 덜 시키게 됐어요. 생각보다 소스빨도 커서 굴소스, 간장, 후추, 참기름만 있어도 웬만하면 평타는 쳤습니다.
한 달 해보고 제일 느낀 건 식비보다 멘탈이 덜 털린다는 점이었어요. 배달은 편한데 한 번 시키면 자극적인 맛 때문에 다음날 또 시키게 되잖아요. 반면 집밥은 엄청 맛있진 않아도 과하게 먹지 않게 되고, 다음 끼니까지 좀 안정적이더라고요. 물론 단점도 있었어요. 설거지 쌓이는 날엔 진짜 현타 오고, 메뉴 반복되면 슬슬 질립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잘 차려 먹기”보다 “안 망하고 계속 가기” 쪽으로 기준을 낮췄어요. 그래야 오래 가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자취하면서 집밥 루틴 잡아본 분들 있으면, 안 질리는 양념 조합이나 전자레인지용 간단 메뉴 좀 추천해주세요. 저는 한 달은 버텼는데 이제 슬슬 양배추랑 계란한테 미안해지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