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빠진 취미가 뭐냐고 하면 저는 바로 소스 만들기라고 할 듯요. 원래는 자취하면 다 그렇듯이 배만 채우면 됐지 쪽이었는데, 어느 날 냉장고에 남은 양파 반 개, 토마토 조금, 마늘 몇 알 처리하려고 대충 볶아서 소스처럼 만들어봤거든요. 근데 그걸 계란후라이 올린 밥에 비벼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거예요. 그 뒤로 퇴근하고 20~30분씩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소스 실험하는 게 은근 재밌어졌어요. 돈도 많이 안 들고, 재료 버리는 일도 줄어서 자취 만렙 놀이하는 기분도 좀 나고요.

특히 좋은 게 한 번 만들어두면 며칠이 편해진다는 거예요. 토마토 베이스로 해두면 파스타도 되고, 식빵 구워서 올려 먹어도 되고, 닭가슴살이나 두부 구워서 같이 먹어도 안 질리더라고요. 크림 쪽은 우유 남은 거 처리하기 좋고, 간장 베이스로 졸여두면 덮밥용으로 바로 써먹기 편했어요. 저는 주말에 큰맘 먹고 거창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평일 밤에 씻기 전에 팬 하나 꺼내서 조금씩 만드는 쪽이 더 잘 맞았어요. 설거지도 덜 나오고, 실패해도 "아 오늘은 짰네" 하고 끝낼 수 있어서 부담이 적더라고요.

웃긴 건 예전엔 레시피를 꼭 정량대로 봐야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자취요리는 그날 컨디션하고 냉장고 사정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매운 거 당기면 고춧가루 좀 넣고, 피곤하면 마늘 많이 넣고, 너무 꾸덕하면 물이나 우유로 풀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먹는 게 단순히 끼니 해결이 아니라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됐어요. 불 앞에 잠깐 서서 지글지글 소리 듣고 있으면 머리 복잡한 게 좀 가라앉는 느낌도 있더라고요. 물론 저만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은근 도움은 될 수 있어요.

근데 아직도 제일 어려운 건 보관이랑 간 맞추기예요. 만들 때는 맛있는데 다음날 먹으면 짜게 느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싱거워질 때도 있고요. 혹시 여기 갤에서 소스 미리 만들어두는 분들 있으면 냉장 보관 며칠까지 괜찮았는지, 이건 꼭 넣어라 싶은 재료 있는지 궁금해요. 자취하면서 요리 취미 붙은 분들 보면 다들 하나씩 자기 비법 있던데, 그런 거 듣는 재미도 꽤 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