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새로 빠진 취미가 스프 만들기예요. 원래 자취하면 한 끼 빨리 때우는 쪽으로 많이 가잖아요. 저도 늘 그랬는데, 어느 날 냉장고에 애매하게 남은 양파 반 개, 감자 두 알, 우유 조금 처리하려고 대충 끓였다가 생각보다 너무 괜찮게 나온 거예요. 그 뒤로 이상하게 퇴근만 하면 냄비부터 꺼내게 되더라고요. 요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 않은데, 자취생한테는 재료 정리도 되고 한 번 만들어두면 두세 끼 해결돼서 은근 만족감이 커요.
특히 좋은 게 실패해도 어느 정도 먹을 만하다는 점이었어요. 볶다가 좀 진해져도 물이나 우유 넣으면 되고, 너무 밍밍하면 치즈 한 장이나 후추 뿌리면 살아나고요. 최근엔 단호박 스프, 양송이 스프, 감자 대파 스프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해봤는데 저는 의외로 양송이 스프가 제일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버터에 양파랑 버섯 천천히 볶을 때 냄새가 진짜 좋고, 믹서 돌려서 걸쭉하게 만들면 밖에서 사 먹는 느낌도 조금 나요. 빵 한 조각만 곁들이면 괜히 집밥 레벨이 확 올라간 기분이고요.
무엇보다 이 취미가 좋은 이유는 귀찮은 날에도 부담이 덜하다는 거예요. 막 정교한 칼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은 채소 처리하기도 편해서 냉장고 파먹기용으로 딱이더라고요. 저는 주말에 큰 냄비로 한 번 만들고 소분해서 냉장해두는데, 아침에 데워 먹어도 괜찮고 야식 대신 먹어도 속이 편한 느낌이라 자꾸 찾게 돼요. 물론 너무 뜨겁게 급하게 먹으면 입천장 다 까질 수 있으니 그건 조심해야겠더라고요. 자취하면서 “내가 나를 좀 잘 챙긴다”는 기분 드는 취미 찾기 쉽지 않은데, 스프는 그 느낌이 꽤 커요.
혹시 여기서도 비슷하게 빠진 분 있나요? 크림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팁 있으면 궁금하고, 브로콜리 스프는 아직 도전 전인데 비린 맛 덜하게 하는 방법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다음엔 토마토 베이스로도 해볼까 고민 중인데, 자취생 기준으로 재료 부담 덜한 조합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