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쉬는 날만 되면 동네 골목이나 시장 쪽 돌면서 혼밥할 곳 찾는 재미로 살았거든요. 국밥집 김 나는 입구 냄새 맡고 들어가기도 하고, 불판 앞자리 비어 있으면 괜히 마음이 들뜨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밖에서 먹는 것만큼 집에서 만들어 보는 재미에 제대로 빠졌어요. 정확히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한 끼 그럴듯하게 차려 먹는 취미요. 시작은 진짜 별거 아니었는데, 한 번 맛이 맞아떨어지니까 이게 생각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특히 요즘 꽂힌 건 팬 하나로 끝내는 덮밥이나 면 요리예요. 양파를 약불에 오래 볶아서 단맛 끌어올리고, 간장 한 바퀴 둘러서 눌어붙기 직전 향 올라올 때 밥 올리면 그 냄새가 진짜 사람 잡아요. 대파는 끝에 넣어야 풋내 안 나고, 계란 노른자 하나 툭 올리면 괜히 밖에서 사 먹는 느낌도 나고요. 지난주에는 남은 삼겹살 조금이랑 김치 송송 썰어서 볶음우동 비슷하게 해봤는데, 기름에 살짝 그을린 김치 향이 면에 배니까 웬만한 분식집 안 부럽더라고요. 혼자 먹는데도 접시 바꿔 담고 깨 뿌리게 되는 그 기분, 아는 분 있을 듯요.
재밌는 건 이 취미가 맛집 탐방이랑 완전히 따로 노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밖에서 먹고 맛있었던 집은 꼭 머릿속으로 복기하게 돼요. "이 집은 육수가 묵직한데 끝맛은 생각보다 맑네", "여긴 마늘을 세게 안 치고 후추 향으로 정리했네"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집에 와서 비슷한 결로 흉내 내보는 거죠. 물론 똑같이는 절대 안 되는데, 어쩌다 비슷한 결이 나오면 그날은 혼자 괜히 뿌듯해서 한 그릇 싹 비우게 돼요. 예전엔 그냥 맛있다 하고 끝났는데, 요즘은 한 입 먹을 때마다 재료랑 불 조절부터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맛집 다니다가 직접 해먹는 취미로 넘어오신 분 있나요? 너무 손 많이 가는 요리 말고, 혼자 먹기 좋은데 만족도 높은 메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요즘 제 기준으로는 덮밥류가 제일 안정적인데, 슬슬 새로운 카드가 필요해요. 국물 있는 쪽도 좋고, 술 없이도 야식처럼 만족감 있는 메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