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혼밥이 그냥 끼니 때우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아예 취미처럼 즐기고 있어요. 시작은 되게 별거 없었어요. 주말에 시간 비어서 동네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 하나 들어갔는데, 사람 둘 셋 앉을 만한 바 테이블에 앉아서 천천히 밥 먹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누가 옆에서 말 거는 것도 없고, 메뉴판 앞에서 괜히 고민 오래 해도 눈치 안 보이고요. 그날 먹은 건 평범한 김치찌개였는데,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김치 향이랑 살짝 달큰한 돼지고기 기름 냄새가 아직도 기억나요. 흰밥 위에 푹 익은 김치 올려서 한입 먹는데, 괜히 하루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뒤로는 아예 혼자 맛집 찾는 재미가 붙었어요. 남들이 줄 서는 데만 가는 건 아니고, 오히려 간판은 좀 낡았는데 안에서 팬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리고, 입구에 육수 냄새 은근히 새어 나오는 집들 있잖아요. 그런 데가 이상하게 더 끌려요. 얼마 전엔 혼자 냉모밀 먹으러 갔는데 면이 차갑고 탱탱해서 씹을 때마다 딱 소리 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국물은 첫입엔 담백한데 끝에 가서 살짝 간장 향이 퍼지더라고요. 또 다른 날엔 작은 덮밥집 갔는데 반숙 계란 톡 터뜨려서 노른자 흘러내리는 거 비벼 먹으니까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혼자 먹고 있으면서도 괜히 “와…” 소리 나왔어요. 이런 순간 때문에 계속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혼밥을 자주 하다 보니까 제 입맛도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그냥 맛있다, 없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국물형은 첫 숟갈보다 끝맛이 더 중요하고, 면은 양념보다 식감이 먼저고, 튀김은 바삭한 소리부터 체크하게 돼요. 괜히 혼자 앉아서 가게 분위기 보고, 반찬 리필 타이밍 보고, 다음엔 무슨 메뉴 시킬지 생각하는 것도 은근 재미예요. 식당 한 군데씩 도장 깨기 하듯 다니는 맛도 있고요. 가끔은 먹고 나오면서 “아 여기 밤에 다시 오면 또 느낌 다르겠다” 싶은 집도 있어서, 혼자만의 저장 목록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혹시 여기 분들도 저처럼 최근에 혼밥 취미 붙은 분 있나요? 혼자 가기 좋은 집은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괜히 오래 앉아도 덜 불편한 분위기가 은근 크더라고요. 저는 요즘 국밥, 덮밥, 면 요리 쪽으로 많이 가고 있는데, 너무 시끄럽지 않고 음식 한입 들어갔을 때 “아 잘 왔다” 싶은 집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프랜차이즈 말고, 동네에 숨어 있는 그런 집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