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전에는 퇴근하면 소파에 누워서 폰만 보다가 하루 끝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집에 오자마자 앞치마부터 찾게 돼요. 원래 커피 마시는 건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카페에서 사 먹는 것 말고 내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드립백이랑 작은 우드 트레이부터 들였어요. 그러다 하나씩 늘어서 지금은 원두 갈아보고, 우유 거품 내보고, 쿠키나 스콘까지 같이 굽는 재미에 제대로 빠졌어요. 별거 아닌데도 제가 만든 라떼 한 잔이랑 갓 구운 쿠키를 같이 놓아두면 괜히 하루가 조금 다정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더라고요.

특히 베이킹은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반죽 섞을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게 되고, 오븐 안에서 천천히 부푸는 거 보고 있으면 묘하게 뿌듯해요. 물론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에요. 스콘은 돌처럼 딱딱하게 나온 적도 있고, 마들렌은 예쁘게 안 부풀어서 혼자 좀 시무룩했어요. 그래도 이상하게 실패한 것도 귀엽더라고요. 집 안에 버터 냄새 퍼지고, 접시에 올려두고 사진 한 장 찍는 순간만큼은 “오늘 나 좀 잘 살았다” 싶어요. 아기자기한 컵이랑 체크 식탁보까지 꺼내면 기분이 더 살아나고요.

요즘 제 소소한 고민은 메뉴가 점점 비슷해진다는 거예요. 바닐라 라떼, 플레인 스콘, 초코칩 쿠키 이 조합이 제일 무난해서 자꾸 그것만 하게 돼요. 새로운 거 도전하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 레시피는 또 퇴근 후엔 부담스럽더라고요. 혹시 홈카페나 베이킹 즐기시는 분들 계시면, 평일 저녁에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메뉴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재료 많이 안 들어가고 설거지 적은 쪽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은근 궁금한 게, 다들 홈카페 소품은 어디까지 모으세요? 저는 처음엔 컵 하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접시 사고 싶고 티스푼 바꾸고 싶고 린넨도 눈에 들어와서 큰일이에요. 취미가 하나 생겼을 뿐인데 집 안 한쪽이 점점 작은 카페처럼 변하는 중이에요. 그래도 퇴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나는 공간에서 커피 내리고 오븐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니까, 요즘은 하루 중 제일 기대되는 시간이 됐어요. 저처럼 뒤늦게 빠진 취미 있으신 분들 얘기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