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생활이 혈압이나 혈당, 체중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심리적 건강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채소와 과일, 콩류, 생선, 올리브유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식 식단에 가까운 식생활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았다는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바르셀로나세계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영국 고령화 종단연구 ELSA에 참여한 50~90세 성인 329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68세였으며 연구진은 2018년과 2019년에 조사된 식사 자료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및 초기의 심리적 웰빙 평가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J Open에 발표됐다.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과 채소, 콩류, 곡류, 생선, 올리브유 섭취 비중이 높고 가공식품과 붉은 고기, 당류가 많은 식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식사 형태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실제 식사 내용을 토대로 지중해식 식단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점수화한 뒤 심리 상태와의 연관성을 살폈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더 충실하게 따르는 참가자일수록 심리적 웰빙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웰빙은 단순히 우울감이 없는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 독립성, 삶의 목적,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등이 함께 포함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우울 증상이나 소득, 교육 수준, 신체활동, 흡연, 전반적인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큰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체 참가자의 심리적 웰빙은 팬데믹 초기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지중해식 식단을 비교적 잘 유지한 사람들은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사 패턴이 중장년층의 정서적 회복력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중해식 식단을 먹으면 정신건강이 직접 좋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의 생활을 관찰해 관계를 분석한 연구이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식생활뿐 아니라 운동이나 사회활동 등 다른 건강 행동도 적극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 역시 식단과 심리적 웰빙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특정 해외 식단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채소와 과일, 콩과 두부 같은 식물성 식품을 늘리고 생선과 견과류, 통곡물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가공육이나 지나치게 단 음식의 빈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한국 식생활에서도 잡곡밥과 나물, 생선, 두부, 견과류 등을 활용하면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원칙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건강한 식사는 몸의 대사 건강만을 위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무엇을 먹느냐가 신체 기능뿐 아니라 삶의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식단의 질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노화를 위해 운동과 수면뿐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식사의 구성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