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국 많은 가정이 이번 주부터 보일러 가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봄 이후 반년 가까이 멈춰 있던 보일러를 환기도 없이 곧바로 틀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난방철 첫 가동 시기에 매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색깔도 냄새도 없는 기체여서 실내에 누출돼도 사람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 보일러나 난로처럼 연료를 태우는 기기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면 발생하며,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쌓이면 짧은 시간 안에 위험한 농도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난방철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특히 여름 내내 사용하지 않던 보일러를 처음 가동할 때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배기관 내부에는 먼지나 벌레집, 낙엽 같은 이물질이 쌓이기 쉬운데, 이 상태로 보일러를 켜면 배기가스가 밖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나 틈새로 역류할 수 있다. 배기구가 조금만 막혀도 불완전연소로 이어지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된 보일러나 설치 당시 배관 시공이 허술했던 가구일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특히 반지하나 원룸처럼 환기가 어려운 구조의 주택, 보일러실과 생활공간이 붙어 있는 노후 주택에서 사고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일러를 자가진단만으로 안심하기보다 가동 전 전문업체의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보일러 첫 가동 전 배기구 점검이 중요 [그림=메디닉스DB]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가벼운 메스꺼움처럼 감기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단순 피로나 환절기 몸살로 오인해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출 농도가 높아지면 근육 무력감과 의식 저하, 호흡곤란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초기 증상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가족 모두 잠든 밤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잠든 상태에서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같은 경고 신호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대처가 늦어지고, 한 가족이 동시에 쓰러지는 사례도 보고된다. 보일러를 켜둔 채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창문을 살짝 열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호흡기나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일산화탄소에 더 취약하다. 체내 산소 공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같은 농도에 노출되더라도 증상이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가족이 있는 집일수록 난방철이 시작되기 전 보일러 안전 점검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 수칙은 보일러를 처음 켜기 전 전문업체를 통해 배기구와 연통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다. 배기구 주변에 낙엽이나 쓰레기, 자재 등이 쌓여 막혀 있지는 않은지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보일러 설치 후 오래 지났거나 이상 소음, 냄새가 느껴진다면 가동을 미루고 먼저 점검부터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로 사고 예방 가능 [그림=메디닉스DB]
가정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 두면 무색무취의 가스 누출을 조기에 알아챌 수 있어 효과적인 예방책이 된다. 보일러실뿐 아니라 침실과 거실 등 가족이 머무는 공간에도 설치하는 것이 좋다. 평소 환기를 자주 하는 습관을 들이고, 보일러 작동 중에는 창문을 완전히 밀폐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일러뿐 아니라 캠핑장에서 텐트 안에 화로나 난로를 켜 두거나, 추운 날 차 안에서 시동을 켠 채 잠드는 것도 같은 원리로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연료를 태우는 모든 기기는 환기가 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하고 즉시 창문을 열어 환기부터 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바로 바깥의 맑은 공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쓰러졌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