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말 아무것도 못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거창한 게 아니라 진짜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저를 끌어올려 줬어서 적어봐요. 누군가한텐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시기엔 이것도 버거웠거든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커튼부터 열었어요. 햇빛 한 줄기 들어오는 거 보는 게 별거 아닌데 그게 하루의 스위치 같았어요. 그리고 샤워. 며칠씩 안 씻고 누워있다가 억지로라도 샤워하고 나면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제일 도움 됐던 건 하루에 딱 한 가지만 목표로 정한 거예요. '설거지 하기' 이런 거. 그거 하나 하면 그날은 성공으로 쳤어요. 할 일 리스트 길게 쓰면 그거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거든요.

그리고 밤에 잠 안 올 때 좋아하는 라디오 다시듣기 틀어놨어요. 사람 목소리가 옆에 있는 느낌이라 그런지 조금 덜 외롭던데요. 지금도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니지만 그때보단 훨씬 나아요. 혹시 비슷한 시기 보내는 분 있으면 이 중에 하나라도 닿았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