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나 발열 같은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결핵균에 감염된 상태를 잠복결핵감염이라 부른다. 몸속에 균은 있지만 활동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도 없다. 문제는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받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균에 노출됐다고 모두 병을 앓는 것은 아니다. 면역체계가 균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몸속에 가둬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상태가 잠복결핵감염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잠복결핵감염 상태인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평생 발병하지 않고 지나가지만, 일부는 수년 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감염은 전혀 다른 상태로 구분된다. 활동성 결핵은 기침, 가래, 미열, 체중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을 통해 균이 배출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반면 잠복결핵감염은 균이 몸속에서 활동하지 않는 휴면 상태이기 때문에 증상도 없고 전염력도 없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잠복결핵감염 여부는 증상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결핵균 노출 위험이 큰 사람을 중심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활동성 결핵 환자와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가족이나 동거인, 밀접접촉자가 우선 검사 대상으로 꼽힌다. 결핵 환자를 진료하거나 돌보는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시설이나 교정시설처럼 밀집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검사가 권고된다.

밀접접촉자·의료종사자 등은 검사 우선 대상 [그림=메디닉스DB]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잠복결핵감염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도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당뇨병이나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사람이 해당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치료 전 검사가 필요하다.
결핵 발생률이 높은 국가에서 국내로 이주한 사람도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등 관련 학회는 이런 이주민이 국내 정착 초기에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노령층 역시 젊은 시절 결핵균에 노출됐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 이르러 발병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집단으로 꼽힌다.
잠복결핵감염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검사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가 있다. 투베르쿨린 검사는 팔 피부에 소량의 검사액을 주입한 뒤 반응 정도를 확인하는 방식이고,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는 혈액을 채취해 결핵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두 검사 모두 활동성 결핵인지 잠복 상태인지까지 구분하지는 못해 흉부 엑스레이 등 추가 검사가 함께 이뤄진다.

혈액검사로 결핵균 감염 여부 확인 가능 [그림=메디닉스DB]
검사 결과 잠복결핵감염으로 확인되면 곧바로 격리나 입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예방적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방치료는 몸속에 남아 있는 결핵균을 줄여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낮추는 목적으로 이뤄지며, 복용 기간과 약제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예방치료를 시작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면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후 약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생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치료 중 간 기능 이상이나 피부 발진 같은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자가 판단으로 넘기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앞서 언급한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2주 이상 기침이 이어지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감소, 미열, 밤에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잠복 상태를 넘어 활동성 결핵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