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쓰다듬다가 눈을 들여다봤을 때 눈동자나 눈 안쪽에 하얀 막이 낀 것처럼 보여 놀라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검은 눈동자 위로 뿌연 필름이 씌워진 듯한 모습이나 눈 안쪽 구석에서 하얀 조직이 솟아오른 모습 모두 흰색 막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원인은 제3안검 돌출부터 백내장, 각막 질환까지 다양하다.
강아지는 사람과 달리 눈 안쪽 구석에 순막이라 불리는 제3안검이 있는데, 이 조직을 지지하는 인대나 샘이 약해지면 순막이 밖으로 밀려나와 눈 안쪽에 분홍빛 또는 흰빛의 살덩어리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흔히 체리아이로 알려진 이 증상은 어린 반려견이나 특정 품종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동공 한가운데 검은 부분이 뿌옇게 하얀빛으로 변해 보인다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을 의심할 수 있다. 노령견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당뇨를 앓고 있는 반려견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눈 표면을 덮고 있는 각막에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그 부위가 하얗거나 뿌옇게 흐려지는 각막혼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물질에 눈이 찔리거나 긁힌 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궤양으로 진행되면서 각막 전체가 우유빛으로 덮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 속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나 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녹내장에서도 눈이 뿌옇게 흐려지고 충혈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통증을 동반해 반려견이 눈을 자주 비비거나 감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안과 질환 여부는 정밀 검진으로 확인 [그림=메디닉스DB]
노령견의 눈동자가 은은하게 푸르스름한 회색으로 보이는 것은 수정체 핵경화라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일 수 있어 백내장과 겉모습만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의사의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눈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과 함께 눈곱이 평소보다 많아지거나 충혈, 눈물흘림, 눈을 자주 비비거나 깜빡이는 행동, 물건에 부딪히는 등 시력 저하가 의심되는 행동이 동반된다면 안과 질환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동물병원에서는 세극등현미경을 이용한 정밀 검사와 안압 측정, 형광염색 검사 등을 통해 각막 상처 여부와 백내장 진행 정도, 안압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겉으로 보이는 흰색 막의 위치와 모양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밀 검사로 각막 상처와 백내장 여부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제3안검 돌출은 상태에 따라 수술로 정상 위치로 되돌리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각막 상처나 염증은 안약이나 안연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이 진행돼 시력 저하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사람이 쓰는 안약이나 인공눈물을 반려견에게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성분이 반려견 눈에 자극을 주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정확한 진단 없이 증상을 가리면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
반려견이 7살을 넘어서면 노령견 건강검진에 안과 검진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뇨나 고혈압 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견이라면 눈 건강도 함께 관리해야 백내장이나 망막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눈동자에 하얀 막이 보이거나 갑자기 진하게 변했다면, 눈을 자주 비비거나 통증을 보이는 등의 변화가 함께 나타났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조기에 원인을 확인해야 시력 손상과 같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