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박스는 단순한 놀잇감 그 이상이다. 낯선 공간에 도착한 고양이가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박스를 찾는 일이며, 주인이 아무렇지 않게 두었던 택배 상자 안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동물행동학과 수의학 연구에서는 보다 복합적인 생물학적 이유들이 존재한다고 본다. 고양이의 박스 선호 현상은 정신 건강과 생리적 필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은신처를 찾는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포식자이자 동시에 피식자였다. 이중적인 생태적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부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좁고 폐쇄적인 공간은 필수적이었다. 현대의 반려묘 역시 이러한 유전적 습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박스는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시야를 제한하는 동시에, 고양이에게 자신만의 경계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박스를 제공하면 적응 시간이 짧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박스는 체온 유지에도 유리한 구조다. 고양이의 이상적인 체온은 대략 38도 전후로, 인간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집 안의 온도가 다소 낮은 겨울철에는 스스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 종이 박스는 외부와의 열전도를 차단하면서도 고양이의 체온을 내부에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박스 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모습은 보온을 위한 자연스러운 자세이며, 박스의 밀폐성은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