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하며 양치를 마친 직후, 입안에 동전을 문 듯한 씁쓸하고 비릿한 맛이 가시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물로 몇 번을 헹궈도 그 맛은 잠시 사라졌다가 점심 무렵 다시 올라옵니다. '입에서 자꾸 쓴맛 쇠맛이 나요'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 증상은 하루 이틀이면 가라앉기도 하지만,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 원인을 짚어봐야 하는 신호가 됩니다.
정상적인 입맛 변화와 진료가 필요한 신호를 가르는 기준
미각은 하루 중에도 컨디션에 따라 미세하게 바뀝니다. 매운 음식을 먹은 뒤, 잠이 부족한 날,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한 날에는 일시적으로 쓴맛이나 떫은맛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대개 한나절에서 하루 안에 사라집니다.
반면 특별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쓴맛이나 쇠맛이 지속되거나 특정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입안 전체에서 금속성 맛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신호입니다.
입에서 자꾸 쓴맛 쇠맛이 나는 배경, 구강부터 전신까지
구강 안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침 분비가 줄어 구강이 건조해지는 구강건조증, 혀 뒤쪽에 설태가 두껍게 쌓인 상태, 치은염이나 치주염으로 인한 염증은 모두 쓴맛과 쇠맛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구강 요인입니다.
구강 밖에서 시작되는 원인도 적지 않습니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위식도역류질환은 신맛과 함께 쓴맛을 남기고, 콧속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도 쓴맛을 남깁니다. 혈압약, 항생제, 철분제, 비타민제 등 일부 약물은 복용 후 며칠 안에 쓴맛이나 쇠맛을 부작용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도 미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된 격리시설 코로나19 환자 62명 연구에서 15명(24.2%)이 급성 후각장애를 호소했고, 객관적 검사를 시행한 10명 중 60%에서 미각 이상이 확인됐습니다.[1]
감염 초기에는 코막힘이 뚜렷하지 않아도 미각과 후각이 함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어, 감기나 인후통을 앓은 뒤 쓴맛이 남았다면 감염과의 연관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각 이상 검사, 병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확인할까요
이비인후과 초진에서는 문진과 구강 진찰이 먼저 이루어집니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 최근 새로 복용한 약, 감염이나 수술 이력, 흡연 여부를 확인하고 혀와 잇몸, 침 분비 상태를 눈으로 살펴보는 데 보통 10분 안팎이 걸립니다.
문진에서 원인이 뚜렷하지 않으면 미각검사로 넘어갑니다. 미각검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 구분 | 여과지미각검사 | 전기미각검사 |
|---|
| 방법 | 단맛·짠맛·신맛·쓴맛 용액을 적신 종이를 혀에 직접 대고 반응 확인 | 미세한 전류로 혀의 미각 역치를 측정 |
| 결과 확인 | 맛을 맞히는 정성적 방식 | 수치로 나오는 정량적 방식 |
| 소요시간 | 10분 내외 | 10~15분 내외 |
두 검사 모두 통증이 없고 별도의 금식 준비는 필요하지 않지만, 검사 직전 흡연이나 진한 음식 섭취는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후각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하며, 아연이나 비타민B12 수치, 간·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혈액검사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각 이상을 주소로 한 문진과 기본 미각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다만 정밀 후각검사나 특수 영상검사처럼 추가로 필요한 검사는 병원 사정과 검사 종류에 따라 비급여로 안내될 수 있어, 진료 전에 어떤 항목이 급여인지 확인해두면 진료비 부담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문진 및 구강 진찰
- 미각검사(필요 시 후각검사 병행)
-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
- 결과 상담 및 추가 진료 계획 안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미각 이상이 2주 넘게 이어진다면 이비인후과에서 미각·후각 검사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인을 좁히는 데 필요하고, 최근 새로 복용을 시작한 약이 있고 증상 시작 시점이 겹친다면 검사보다 처방한 의료진과 약물 조정 여부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다만 미각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더라도 원인 질환까지 바로 특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혈액검사나 내시경 등 추가 검사로 범위를 좁혀가야 하며, 한 번의 검사로 원인이 바로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쓴맛 쇠맛에 대해 흔히 잘못 알려진 것들
쓴맛이 계속되면 간이나 담낭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진료에서는 구강건조증이나 부비동염, 약물 부작용처럼 간과는 무관한 원인이 확인되는 사례가 더 흔합니다.
미각이 한번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American Journal of Rhinology & Allergy」에 발표된 다기관 전향연구(환자 115명)에서는 81명(70%)이 코막힘 없이 후각·미각장애를 호소했고, 증상 발생 후 중앙값 15일 만에 64%가 완전 회복됐습니다.[2]
다만 이는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된 사례를 관찰한 결과이며, 원인 질환에 따라 회복 속도와 정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양치질만 자주 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원인이 위식도역류나 약물, 전신질환에 있다면 구강 위생 관리만으로는 증상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구강건조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양치와 수분 섭취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신호라면 진료 시점을 앞당겨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과를 더 지켜보기보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서두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 특별한 원인 없이 쓴맛·쇠맛이 2주 이상 이어지는 경우
- 미각과 함께 후각도 갑자기 사라진 경우
- 체중 감소나 구강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 당뇨병,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서 새로운 미각 이상이 생긴 경우
- 특정 약물 복용을 시작한 뒤 증상이 나타난 경우
특히 미각과 후각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는 단순 컨디션 저하로 보기 어려워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각 이상을 둘러싼 궁금증, 짚어봅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