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앞에서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
밤 10시,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중 오른쪽 귀 안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귓바퀴를 당겨봐도 귀에 물 안빠짐 느낌은 그대로이고, 소리는 먹먹하게 들리는데 통증은 딱히 없어 병원에 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여름철에 유독 이런 호소가 많아지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수영장이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한 뒤에는 외이도 안에 물이 남아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 쉽고, 특히 귀지가 많거나 외이도가 좁은 소아·청소년에게서 관련 진료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청기나 이어폰을 오래 착용하는 성인, 과거 외이도염을 앓았던 사람, 면봉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함께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2013)에 따르면 외이도염 진료 인원은 2012년 154만 5천 명이었고, 2007~2012년 기준 8월에 평균 27만 1천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8월 환자의 16.3%(약 4만 4천 명)가 10대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1]
물이 고이는 이유, 외이도 구조에서 찾아봅니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약 2.5cm 길이의 좁은 통로입니다. 이 통로 안쪽 피부는 지방층과 근육 없이 뼈에 바로 붙어 있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되는 예민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로 손가락이나 면봉이 닿으면 염증으로 이어지기도 쉽습니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약 2.5cm 길이의 통로인 외이도에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외이도 안쪽 피부는 지방과 근육조직 없이 뼈에 밀착돼 있어 쉽게 손상됩니다.[2]
물이 안 빠지는 이유는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귀지가 물을 흡수해 부풀어 오르면서 통로를 막거나, 통로 자체가 살짝 휘어 있어 물이 아래로 흘러나가지 못하고, 고막이 정상이라면 안쪽에 미세한 음압이 형성돼 물방울이 갇히기도 합니다. 여기에 피부 자극으로 부기까지 더해지면 통로가 좁아지고 물이 더 안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먼저 살펴보는 자가 체크
병원을 찾기 전에 스스로 확인해볼 만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놀이나 샤워 후 물소리·먹먹함이 3일 이상 남아 있는지
- 귓바퀴를 당기거나 이주(귀 앞쪽 돌기)를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지
- 가려움, 진물, 냄새가 함께 나타나는지
- 한쪽 귀만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울림이 느껴지는지
- 어지럼증이나 발열이 동반되는지
이 중 귓바퀴를 당길 때 통증이 있다면 단순히 물이 고인 상태보다는 초기 외이도염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검사에서는 무엇을, 어떤 원리로 확인할까요
이경검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로, 빛이 나오는 이경으로 외이도 안쪽과 고막을 직접 관찰합니다. 정상 고막은 진주빛 회색을 띠며 빛이 비스듬히 반사되는 광추가 관찰되고, 염증이 있으면 발적·부종·삼출물이나 고막 함몰이 함께 보입니다. 작은 손전등 불빛에 놀라 움찔하는 아이들이 많아, 검사자는 귓바퀴를 살짝 뒤로 당겨 통로를 곧게 편 뒤 몇 초 안에 관찰을 마칩니다.
고막운동성검사는 밀폐된 외이도 안에 공기압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고막이 얼마나 유연하게 움직이는지를 그래프(고막운동도)로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면 A형, 물이나 삼출물이 차 있어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 편평한 B형, 이관 기능이 떨어져 압력 반응 지점이 낮게 나타나면 C형으로 분류합니다.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상태라면 대부분 A형에 가깝게 나오고, 실제 중이에 액체가 차 있는 경우에야 B형으로 갈립니다.
일반적인 물 안 빠짐이나 가벼운 외이도염이라면 이경검사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당뇨나 면역저하가 있는 고령층에서 통증이 심하고 잘 낫지 않으면 괴사성(악성) 외이도염 가능성까지 감별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괴사성(악성) 외이도염 진단의 민감도는 테크네튬-99m 96.99%, MRI 94.17%, 갈륨-67 93.78%로 모두 높게 보고됐지만, 저자들은 이들 검사의 특이도가 부족하고 표준화된 해부학적 판독 기준이 아직 없다는 한계를 함께 지적했습니다.[3]
이경검사에서 염증이 확인돼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께 든 점이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런 병합요법을 쓴 경우 귀통증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기간이 단일 성분을 쓴 경우보다 짧게 나타났다고 보고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급성 외이도염의 귀통증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기간은 시프로플록사신+플루오시놀론 병합군에서 중앙값 5.0일로 시프로플록사신 단독군 5.9일, 플루오시놀론 단독군 7.7일보다 유의하게 짧았습니다.[4]
단계별 관리, 시간과 방법을 기준으로
- 물이 들어간 직후에는 고개를 물이 들어간 쪽으로 기울이고 귓바퀴를 위아래로 가볍게 당기며 30초~1분 정도 흔들어봅니다.
- 그래도 남아 있다면 헤어드라이어를 가장 약한 세기, 미지근한 바람으로 귀에서 30cm 이상 떨어뜨려 10~15초씩 짧게 쬐어줍니다.
- 고막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경우에 한해 식초와 알코올을 1:1로 섞은 용액을 2~3방울 넣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통증이나 상처가 의심되면 시도하지 않습니다.
- 면봉이나 이쑤시개로 직접 후비는 행동은 물기와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거나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어 피합니다.
- 이런 방법으로도 2~3일 이상 먹먹함이 남아 있으면 이경검사로 원인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특히 2~3일이라는 기준은 자연 배출로 해결되는 경우와 진료가 필요한 경우를 나누는 대략적인 시간선으로 참고할 만합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대처, 이렇게 나눠 생각합니다
통증 없이 물소리만 남아 있고 하루 이틀 안에 가라앉는 경우라면 자연 배출을 기다리며 앞서 정리한 자가 관리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가려움이나 진물이 겹치거나, 물놀이 후 3~4일이 지나도 먹먹함이 그대로라면 이경검사와 필요 시 고막운동성검사로 원인을 가려내야 합니다. 소아나 면역저하가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진행이 빠를 수 있어 판단 기준을 조금 더 앞당겨 잡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