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애매한 고민이 인간관계임. 돈 없는 백수의 대표 고민 같아서 좀 웃기긴 한데, 막상 당사자는 안 웃김. 취준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들한테 “나 요즘 공부 중” 이러면 다들 오 그래 힘내 이랬거든. 근데 이게 몇 달 넘어가고 반년 스멀스멀 지나가니까 분위기가 달라짐.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는데, 오랜만에 연락 와서 밥 먹자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 “근황 물어보겠지…”가 먼저 올라옴. 아직 별일 없다고 말하는 것도 체력임.
친구들도 나쁜 건 아닌데 미묘하게 갈림. 그냥 예전처럼 편한 애들이 있고, 꼭 나를 점검하듯 물어보는 애들이 있음. “그래서 어디 넣었어?” “붙을 것 같은 데는?” 이런 거. 악의 없는 거 알아도 그날 집 오면 괜히 기 빨림.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약속 나가는데, 한 번 만나고 나면 이틀 정도는 침대랑 우정 다짐함. 사회성도 체력이라는 말 누가 했는지 몰라도 진짜 맞는 듯.
가족 쪽도 좀 비슷함. 걱정하는 말이라는 거 아는데, 걱정이 누적되면 잔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음. 그러면 또 내가 못돼 먹은 사람 같고. 그래서 요즘은 연락 오는 것도 반갑다가도 한숨부터 나옴. 그렇다고 혼자만 있으면 더 축 처지고, 사람 만나면 또 피곤하고. 아주 절묘하게 어느 쪽도 시원하지 않음. 인간관계가 원래 어려운 거겠지만, 취준 중에는 자존감이 기본으로 깎여 있어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음.
그래서 요즘은 그냥 기준을 좀 낮추려고 함. 모든 관계를 잘 지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 같아서. 답장 늦는 날도 있고, 약속 거절하는 날도 있고, 괜히 연락 피하는 날도 있는데 너무 자책 안 하려고. 대신 진짜 편한 사람 한둘은 놓치지 말자 정도. 다들 이런 시기 오면 인간관계 어떻게 버팀? 거리 두는 게 맞는지, 억지로라도 만나야 덜 처지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음. 저만 이렇게 인간관계 앞에서 체력 방전되는 건 아닌지 궁금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