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딱 되니까 이상하게 회사 일보다 가족 관계가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선 넘지 않게 말하는 법도 알고, 싫은 소리 들어도 어느 정도는 흘리는 기술이 생겼는데 가족은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쌓인 말투나 역할 같은 게 있어서, 아무리 커도 결국 예전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저는 그냥 제 방식대로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아직도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이것저것 묻고, 비교하고, 조언하고.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듣는 순간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특히 명절이나 주말에 다 같이 모이면 별거 아닌 한마디가 오래 남아요. “요즘은 안 바쁘냐”, “그 회사 계속 다닐 거냐”, “결혼 생각은 있냐” 이런 말들이요. 상대는 진짜 가볍게 던졌을 수도 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아직도 설명해야 할 사람인가 싶어서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어요. 반박하면 예민한 사람이 되고, 웃고 넘기면 괜찮은 줄 아니까 또 반복되고요. 가족이니까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가족이라 더 조심하고 더 상처받는 게 좀 아이러니합니다.
저도 예전엔 참다가 한 번에 터지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러고 나면 꼭 제가 못된 사람 된 기분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바로 싸우는 대신 “그 얘기는 지금 듣기 좀 버겁다”, “내가 알아서 해보는 중이다” 정도로 짧게 말해보려고 해요. 솔직히 드라마처럼 갑자기 관계가 좋아지진 않는데, 적어도 제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건 좀 덜하더라고요. 거리 두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고요. 서로 너무 사랑해서 더 답답한 관계도 있는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