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제일 돈이랑 시간을 많이 쓰는 취미가 필름카메라예요. 원래는 집-회사-집 패턴이 너무 반복돼서 좀 심심하던 차에, 말티즈 데리고 동네 산책 나갔다가 우연히 작은 필름카메라 들고 나온 분을 봤거든요. 그날 괜히 꽂혀서 중고로 하나 들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네요. 폰카처럼 바로 확인이 안 되니까 오히려 덜 조급하고,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게 되는 맛이 있어요. 혼자 살면 비슷한 풍경만 자꾸 보게 되는데, 카메라 들고 나가면 평소 지나치던 골목이나 카페 앞 화분도 괜히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집 말티즈가 제일 큰 피사체예요. 원래도 사진 엄청 찍는 편이긴 했는데, 필름으로 찍으니까 표정이 좀 다르게 남는 느낌?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는데, 결과물 받아보면 털 색감이랑 햇빛 번지는 게 예쁘게 나와서 괜히 뿌듯해요. 대신 가만히 안 있어줘서 절반은 흔들리거나 꼬리만 찍혀 있습니다. 그마저도 나중에 보면 웃겨서 저장하게 되네요. 산책 루트도 사진 잘 나오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 주말에는 현상 맡길 겸 동네 밖까지 나가게 돼서 집에만 있던 때보다 훨씬 덜 처지는 느낌이에요.
단점도 있어요. 솔직히 생각보다 돈이 꽤 들어요. 필름값도 그렇고 현상, 스캔까지 하면 한 롤 찍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막 셔터를 누르기보단 진짜 남기고 싶은 순간만 찍게 되는데, 그게 또 나름 취미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고요. 혼자 살면 별거 아닌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데, 필름 몇 장 남겨두면 그날 날씨나 기분까지 같이 기억나는 느낌이라 저는 꽤 만족 중입니다.
혹시 1인가구 분들 중에 저처럼 혼자 하기 좋은 취미 찾다가 정착한 거 있나요? 너무 거창하지 않고, 집에만 안 갇히게 해주는 쪽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필름카메라는 저는 재밌게 하고 있는데, 입문용으로 너무 비싼 건 비추고 중고로 가볍게 시작하는 게 부담 줄이는 데 도움 될 수 있어요. 아무튼 요즘 제 소비의 주범이긴 한데, 말티즈 사진 앨범 쌓이는 거 보면 쉽게 못 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