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집에서 물 잘 안 마시는 편이었거든요. 목마르면 커피 내리고, 일하다가 정신 차리면 저녁이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이번 달 들어서 얼음에 꽂혔어요. 물 자체가 아니라 얼음 들어간 물. 냉동실 열어서 얼음통 확인하는 게 약간 습관처럼 됐음 ㅋㅋ 다 떨어져 있으면 괜히 불안하고요.
시작은 별거 아니었어요. 낮에 너무 답답해서 큰 컵에 얼음 잔뜩 넣고 물 부어 마셨는데, 그 소리 있잖아요 달그락거리는 거. 그게 생각보다 기분을 바꿔주더라고요. 집에 계속 혼자 있으면 하루가 묘하게 뭉개지는데, 얼음컵 하나 만들면 잠깐이라도 생활이 또렷해지는 느낌? 말이 좀 웃기긴 한데 진짜 그랬어요.
그 뒤로는 아예 얼음 만드는 타이밍까지 계산하게 됐어요. 밤에 한 판 얼려두고, 오전에 한 번 털고, 오후엔 큰 텀블러 씻어서 대기. 일하다가 집중 끊기면 커피 대신 얼음물부터 만들고요. 편의점 얼음컵도 두 번 사봤는데 그건 금방 녹아서 별로였고, 집 얼음이 제일 단단해서 좋더라구요. 냉동실 자리 없는데도 얼음트레이 하나 더 샀어요. 이건 좀 인정하기 싫었는데 맞아요, 빠졌음 ㅠㅠ
웃긴 건 이렇게 마셔도 물맛이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냥 차갑고 손에 잡히는 그 느낌이 좋은 거 같아요. 집에 에어컨 세게 틀어놓는 건 싫은데, 얼음물 한 컵 있으면 혼자 사는 집 공기가 조금 덜 축축하게 느껴짐. 되게 작은 건데 하루 중에 자꾸 기대하게 되는 포인트가 생기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아 얼음 얼려놨나" 이거예요. 재택하면서 별 이상한 데에 정 붙인다 싶기도 한데, 뭐 어때요. 남들한텐 별거 아닌데 혼자 살면 이런 사소한 게 꽤 커져서요. 아무튼 냉동실 열 때마다 괜히 든든함. 지금도 얼음통 반밖에 안 남아서 좀 불안하네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