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개팅 한두 번 하고 집 오는 길에 꼭 드는 생각이 있음. 연애는 진짜 해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결혼 얘기만 스치면 머리가 갑자기 버퍼링 걸림. 나이가 막 어린 것도 아닌데 모태솔로 경력만 차곡차곡 쌓아놔서 그런가, 누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까지 가야지” 이런 말하면 기분이 꼭 게임 튜토리얼도 못 깼는데 엔딩부터 보라는 느낌임. 연애도 안 해본 놈이 결혼관을 논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 또 아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혼자 지하철에서 별 생각 다 함.
나는 원래 연애를 되게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 같음. 뭔가 사람 만나면 바로 “이 사람이랑 잘 맞나”, “결혼관은 어떤가” 이런 쪽으로 너무 빨리 넘어감. 근데 그렇게 생각할수록 더 얼어버리더라. 소개팅 자리에서 가볍게 대화하면 되는데 속으로는 이미 양가 부모님 상견례까지 0.3초 만에 갔다가 다시 현실 복귀함. 그러니까 말도 어색해지고, 괜히 너무 무난한 소리만 하게 되고, 집 오면 “오늘도 친구 한 명 만들고 왔네” 이러고 있음. 연애를 하고 싶은 건 맞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니까 더 못하는 느낌.
결혼에 대해서는 솔직히 환상도 있고 겁도 있음. 혼자 사는 게 편한 순간도 분명 있는데, 또 퇴근하고 집 왔을 때 말 걸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 날도 있음. 편의점에서 1+1 사면서도 “이거 나눠 먹을 사람 있었으면 안 억울한데” 싶고. 반대로 뉴스나 주변 얘기 들으면 현실적인 문제도 많잖아. 돈, 성격, 생활 습관, 가족 문제까지. 그러니까 연애는 감정으로 시작해도 결혼은 생활이구나 싶어서 갑자기 쫄게 됨. 내가 누굴 좋아하는 감정 하나만으로 감당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요즘 내 생각은 이거임. 연애를 너무 인생 최종 관문처럼 보지 말고, 일단 사람 하나 제대로 알아가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맨날 “언제 연애하냐” 소리 들으니까 괜히 조급해졌는데, 그렇게 급하다고 갑자기 연애 고수가 되는 것도 아니더라. 여기 갤 형들은 연애랑 결혼 사이에 선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봄? 소개팅 할 때부터 결혼 가능성까지 생각하는 편인지, 아니면 일단 만나보고 감정 가는 대로 보는 편인지 궁금함. 나만 이렇게 시작도 전에 혼자 인생 2막까지 가 있냐.
